통일신라시대 불교미술의 진수로 꼽히는 경주 불국사 석가탑(국보 제21호)이 전면 해체·복원 과정을 거쳐 새로 단장된다. 근대 이후 석가탑이 해체되기는 지난 1966년 사리공(舍利孔)에 대한 도굴 미수 사건으로 탑 부재 일부가 훼손돼 부분 보수가 이뤄진 이후 46년 만이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7일 오후 1시 불국사에서 전문가와 관계인사, 기자단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 해체·수리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이날 보고회는 반야심경 봉독과 불국사 주지 성타 스님의 발원문 낭독, 해체·수리 추진 경과 및 계획 발표에 이어 탑 꼭대기에 있는 구슬 모양의 장식인 보주 해체를 시연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연구소는 석가탑 상륜부, 탑신부, 기단부와 탑의 내부 적심(기단 내부를 채운 돌 무더기)까지 모두 해체하고, 탑신부 1층 중앙의 사리공에 있는 사리장엄구를 수습한다고 밝혔다. 안전진단 결과 탑 내부의 적심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하중을 견디지 못한 석탑 부재들이 훼손돼 가고 있다. 연구소는 석탑의 하부 지반도 조사할 계획이다.

석탑 해체가 완료되면 부재를 세척하고, 훼손된 부재는 접합 및 강화 처리를 한다. 또 내부 적심을 강화하고, 상층 기단 면석(세움돌)과 덮개돌 구실을 하는 갑석 사이에는 은장(서로 이을 때 사용하는 나비 모양의 도구)을 새로 만들어 끼워 넣는다. 이런 작업을 거쳐 탑을 재조립한 뒤 오는 2014년까지 복원할 예정이다.

현재 석가탑은 훼손 정도가 심각한 상태다. 하층 기단은 면석의 이음새가 벌어지고 금이 갔으며, 상층 기단에는 면석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면석 위 갑석에도 하층 기단의 면석과 마찬가지로 이음새가 벌어지고 군데군데 균열이 발생했다. 3층으로 구성된 탑신부에는 1층 탑신 면석의 한쪽 귀퉁이가 떨어져 나갔고, 3층 우주(모퉁이 기둥돌)도 소실됐다. 상륜부는 꼭대기 전체를 받치는 접시 모양의 노반 모서리가 파손됐다.

석가탑의 전면 해체·복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10년 전부터 제기됐다. 그러다 2010년 12월 정기안전점검 때 북동측 상층 기단 갑석에서 갈라진 틈(길이 1.32m, 최대폭 5㎜)이 확인됨으로써 전면 해체·복원 결정이 내려졌다. 연구소는 해체·복원 작업을 관람객이 볼 수 있도록 투명 창이 달린 가설 덧집과 관람 계단을 설치하기로 했다. 석가탑과 마주보는 곳에 세워진 다보탑은 2008년 상층부 일부를 해체·복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