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첫방송을 시작한 KBS 2TV  수목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이하 ‘차칸남자’)’의 제목을 둘러싼 맞춤법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제목을 둘러싼 잡음은 드라마 홍보가 처음 시작된 시점부터 네티즌들 사이에서 “‘치킨남자’도 아니고” 등의 비아냥을 받으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여기에 공신력 있는 한글 단체들이 가세해 논란은 새 국면을 맞았다. 한글학회는 최근 KBS에 보낸 항의 공문에서 “우리 말글을 제대로 쓰고 그 교육과 계도에 앞장서야 할 공영방송에서 한글맞춤법을 무시하고 우리말을 파괴하면서까지 연속극을 만든다는 데에 깊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국립국어원(원장 민현식)도 최근 KBS에 공문을 보내 ‘차칸남자’에 강한 반대를 표명했다. 국립국어원은 “KBS가 한글맞춤법과 국어기본법을 위반한 것은 물론 한류의 핵심인 한국어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다른 나라에 전파할 수 있다”고 시정을 촉구했다. 급기야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는 “한글단체들을 대표해 ‘차칸남자’에 대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낼 예정”이라고 밝혀 법적 분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KBS는 “제목을 바꾸지 않을 방침”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드라마를 연출한 김진원 PD는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주인공이 자신을 착한 남자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사랑을 위해 또 다른 사랑을 이용하고 복수하는 나쁜 남자”라며" ‘착함’의 반어적 의미를 ‘차칸남자’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착하지 않은 조폭들이 ‘차카게 살자’라고 외치는 데서 알 수 있듯 ‘차칸’이 맞춤법 오류 이상의 반어적 뉘앙스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시청자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방송이 대중의 언어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 “영화 ‘말아톤’처럼 맞춤법에 어긋나는 문화적 표현이 많은데 유독 ‘차칸남자’만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라는 의견과 “다른 매체도 아니고 공영방송이 이런 논란에 휘말리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