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처음으로 일본을 앞질렀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6일 한국 신용등급을 7년 만에 ‘A+’에서 ‘AA-’로 한 단계 높였다. 이로써 한국의 신용등급은 15년 만에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AA-’는 21개 피치 등급 중 네 번째로 높은 등급으로, 일본·중국보다 한 단계 위 등급이다. 주요 20개국(G20)에선 7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피치는 “대외여건이 불안한데도 한국의 실물경제와 금융은 안정적인 상태”라고 평가했다. 2007~2011년 한국의 연평균 성장률(3.5%)이 ‘더블A’ 그룹 국가의 성장률 중간값(2.7%)보다 높은 점이 반영된 것이다. 피치는 또 “대선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재정이 견조하게 운영되고 있고 국가 채무비율도 낮다”고 진단했다.

위험요인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피치는 가계와 중소기업 부채가 높은 은행 부문과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 위험 등을 한국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평가했다.

피치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으로 한국은 3대 신용평가사 중 두 곳으로부터 ‘더블 A’ 등급을 받은 나라가 됐다. 무디스는 지난달 27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A1’에서 ‘Aa3’로 높인 바 있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무디스의 판단이 성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부 있었다”며 “그러나 피치까지 등급을 올려 한국 경제에 대한 이 같은 판단이 보편적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다른 두 신용평가사의 등급 차이가 두 단계로 벌어졌기 때문에 S&P도 긍정적인 판단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S&P 기준으로는 한국 등급(A)이 일본·중국보다 한 단계 낮고, 무디스의 한·중·일 등급(Aa3)은 동률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국제적 신뢰의 증표이지만 경기둔화에 대한 위기의식을 버려서는 안 된다”며 “기업과 민간 소비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이 꾸준히 실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