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직원들은 1년에 몇 차례씩 '신차 쇼핑'을 떠난다. 자동차회사에 갑자기 연락해 "최근 출시된 ○○차가 필요하니, 15~16대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하고 이 중 몇 대를 고르러 간다. 충돌 시험에 쓸 차들이다.

높은 점수를 받으려는 업체들이 특별히 신경 써서 만든 차만 골라 내놓지 못하도록 실제 박살 낼 차의 3~4배수를 주문한 뒤 무작위로 고른다. 이 차들을 경기도 화성에 있는 충돌 시험장에 가져와 정면·부분정면·측면 충돌 시험을 진행한다.

자동차 충돌 시험

측면 충돌 시험은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m·0.45m·0.65m인 알루미늄 박스 2개를 실은 지게차가 시속 55㎞로 달려 차의 왼쪽 문짝을 직각으로 들이받는 식으로 진행한다. 차 운전석에는 키 178㎝, 몸무게 72㎏짜리 더미(인체모형)를 태운다. 더미의 머리와 목, 허리 등에는 정밀 센서가 최대 30개 달려 충격 정도를 감지한다. 사방 10군데에 설치된 초고속 카메라가 충돌 순간을 1000분의 1초 단위로 순식간에 찍어 기록으로 남긴다. 차량 충돌 시험을 진행하는 대부분의 국가가 비슷한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올해 연구원이 충돌 시험 결과를 발표한 차는 기아 프라이드, 한국GM 말리부, 현대 i40, 르노삼성 SM7, 폴크스바겐 CC 등이다. 대부분이 충돌 안전도에서 1등급을 받았지만, 좌석 안전성이나 보행자 충돌안전성 등 부가 항목에선 폴크스바겐 CC가 국산차보다 낮게 나왔다. 연말에는 기아차 레이와 K9, 현대차 i30과 신형 싼타페, BMW 320d와 도요타 캠리에 대한 시험 결과도 발표할 예정이다. 다른 경차보다 차체가 높은 레이는 SUV가 아니지만 전복 시험도 실시할 예정이다.

정부는 그 해 나온 국산 신차와 수입차 중 판매 대수가 많은 차량 몇 종을 선정해 연평균 10여개 차종에 대한 충돌 안전성을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충돌 등 신차 안전도 평가방법은 8가지다. 연구원 성능평가실의 김시우 책임연구원은 "가장 오랜 충돌시험 역사가 있는 미국은 정면·측면·전복 시험과 종합평가 등 4가지 시험을 하고, 유럽은 부분정면과 기둥 측면까지 포함한 6가지 항목을 평가한다"며 "우리나라의 조사 항목 가짓수는 세계 최다 수준"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