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 8일(현지시간) 총선 패배와 관련해 보수당 하원의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12일 의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내가 우리를 혼란 속에 빠뜨렸다"며 이처럼 밝혔다. 메이 총리는 올초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협상권을 강화하기 위해 조기총선을 과감하게 선언했으나 참패하며 18년 만에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잃게 돼 버렸다.

이와 관련해 야권뿐 아니라 보수당에서도 메이 총리의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메이 총리는 이날 "내가 우리들을 (혼란의) 밖으로 데려갈 것"이라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재차 암시했다.

보수당이 이번 총선에서 확보한 의석은 과반에서 8석 모자란 318석이다. 때문에 10석을 지닌 북아일랜드의 중도우파 민주통합당(DUP)의 협력이 절실하다. 메이 총리는 13일 알린 포스터 DUP 대표와 만나 소수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을 할 예정이다.

집권당인 보수당이 총선 여파로 혼란을 겪으면서 19일 예정됐던 '여왕의 연설'(Queen's Speech)도 미뤄졌다. 이는 의회 개원 연설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정부의 입법 계획을 발표하고 의회에 승인을 요청하는 행사다.

19일부터 본격 재개될 예정인 브렉시트 협상을 두고도 각 정당마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장관은 "우리 국경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아야 한다"며 EU 단일시장을 탈퇴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그는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정부가 EU와의 협상에 실패할 경우 '노딜'(No deal)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니콜라 스터전 대표는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에 필요한 신뢰를 잃었다며 협상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친(親) EU 성향의 루스 데이비드슨 스코틀랜드 보수당 대표은 정부에 브렉시트 가능성을 열어놓을 것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텔레그래프는 메이 총리의 내각 인사들이 제1야당인 노동당과 '소프트 브렉시트'를 위해 비밀리에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내각 인사들은 지난해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EU 잔류를 지지했던 이들로, 노동당과 함께 이민·단일시장·관세동맹 부문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온 메이 총리를 설득하려 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조만간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브렉시트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콜린 탤봇 맨체스터 대학 교수는 "해외에 나가 총리로서 프랑스 대통령과 대화하는 것은 국내 권위를 강화하기 위한 고전적인 행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