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러시아 커넥션' 의혹을 수사할 특검이 17일(현지시간) 로버트 뮬러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으로 임명됐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자유로운 수사 요구를 촉발한 것은 앞서 러시아 수사를 이끌던 이들 대부분이 각종 논란과 대통령의 해임 탓에 수사 지휘권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수사 과정을 무게감 있게 이끌어야 할 중심축이 연이어 사라지자 법무부에서도 독립성에 대한 위협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진상조사' 의회, 집권여당 정파성 한계

현재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과 트럼프 유착설을 들여다보고 있는 기관은 특검 이외에도 FBI와 의회가 있다. 의회의 경우, 상하원에 있는 정보위원회가 기밀 열람권 등을 이용해 조사를 이끌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 정보위는 여당 위원장의 지휘를 받는다는 점에서 정치권력,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에 흔들릴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데빈 누네스 하원 정보위원장(공화·캘리포니아)은 수사 지휘권을 잃었다.

지난 3월 누네스 위원장은 백악관이 자신에게 몰래 제공한 정보를 '백악관이 내게 준 것'이라고 명시하지 않고 공표하면서 '오바마 도청설'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이 정보가 백악관발(發)이라는 점이 들통나면서 "러시아 수사에 물타기를 하려 한다"는 비판과 함께 수사 일선에서 물러났다.

누네스 위원장의 수사 회피로 인해 이들 정보위의 중립성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형사소추' 담당하는 법무부·FBI도 논란투성이

그렇다면 범죄수사를 담당하는 법무부와 FBI는 어떨까. 최근 워싱턴 정계에서는 이들의 독립적인 수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우려는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직 법무장관인 제프 세션스가 상원 청문회를 통과하기 이전, 법무장관 대행을 맡고 있던 샐리 예이츠는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의 러시아 내통 가능성을 트럼프 측에 공식 경고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이를 듣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예이츠를 의심했으며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그를 1월30일 해고했다.

문제는 예이츠 대행의 자리를 성공적으로 메운 세션스 법무장관이 지난 3월 돌연 러시아 유착설의 당사자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러시아 측 인사와 2차례 만난 사실을 인사 청문회에서 공개하지 않는 바람에 그는 "수사 과정에서 중요 증거를 은폐할 수 있다"는 의심을 받았다.

결국 세션스 장관은 수사 지휘권을 내려놓고 이를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에 물려줬다. 하지만 로젠스타인 부장관은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 놓였다는 지적을 받기 시작했다.

로젠스타인 부장관은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단행된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의 해임을 정당화하는 성명을 백악관을 통해 발표했다. 로젠스타인 부장관이 밝힌 코미 해임 이유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스캔들 수사를 부적절히 다뤘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선거 유세 때부터 "클린턴을 감옥으로 보내자"고 외쳐 온 트럼프 측이 발표하기엔 다소 허술한 변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코미 해임에 러시아 수사 사실도 고려됐다고 사실상 인정하면서 로젠스타인 부장관은 백악관에 변명거리를 제공해줬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부장관의 이날 특검 임명은 이러한 비판을 피하고 법무부의 강직함과 중립성을 내보이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또한 코미 전 FBI 국장의 해임 자체도 특검 도입의 결정적인 '불씨'가 됐다. 특히 코미 전 국장이 러시아 수사에 자원 추가 요청을 한 얼마 뒤 트럼프 대통령에 해임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수사를 무마하려 한다는 의혹을 잇따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