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네스 칼라마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특별보고관이 5일(현지시간) 필리핀을 깜짝 방문, 마약용의자 수천명에 대한 필리핀 정부의 초법 살인 의혹을 강하게 비난했다.

필리핀 정부에 미리 알리지 않은 이번 비공식 방문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도 반발하고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을 조사하기 위해 필리핀을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던 칼라마드 보고관은 이날 마닐라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마약과의 전쟁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해자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시민사회 운동가, 변호사, 인권수호자, 학자, 상원의원들의 노력을 목격했다"며 "정치인들의 논쟁이나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 군경의 영상도 봤지만 모두 다른 방법, 더 나은 방법, 더 나은 선택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칼라마드 보고관의 방문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대통령실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방문에 앞서 우리 정부와 미리 접촉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직무의 핵심인 '사안에 대한 객관적 시각'을 사용하는 데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칼라마드 보고관은 자신이 유엔 일원으로서 조사차 찾은 것이 아니며 비공개 학회에 참석한 것일 뿐이라고 맞섰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칼라마드 보고관을 공식 초청했지만 엄격한 조건을 내걸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자신과의 공개 면담 요청을 거절하자 칼라마드 보고관은 방문 계획을 철회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