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미군기지 내 지하수에서 벤젠과 크실렌 등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18일 환경부가 공개한 '녹사평역 인근 용산기지 내부 1차 지하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발암물질인 벤젠은 지하수법 상 정화기준의 160배를 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부는 2015년 5월 26일부터 29일까지 용산구청 맞은편에 위치한 미군 주유시설 인근 반경 200m 이내의 관정 14곳에 대한 지하수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는 2001년 이후 용산기지 주변의 유류오염문제가 지속되자 서울시가 미군기지 내 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이뤄졌다.

환경부는 서울시, 주한미군과 함께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환경분과위 실무협의체를 구성했고 2015년 첫 조사 후 2016년 1~2월, 2016년 8월 등 총 3차례의 조사를 진행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향후 미군기지 반환 시 손해배상 청구의 근거자료가 필요하다며 조사 결과 공개를 요구해왔지만 환경부는 한미 동맹 악화를 우려하는 미군의 의견에 따라 그간 공개를 거부해왔다.

이날 내려진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라 공개된 1차 조사결과에 의하면 관정 14곳 중 7곳에서 벤젠이 오염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지점에서는 기준치의 162.7배에 해당하는 2.440㎎/ℓ의 벤젠이 검출되기도 했다.

다른 유해물질인 에틸벤젠은 4곳에서 최대 기준치의 2.6배, 크실렌은 4곳에서 최대 기준치의 2.5배, 톨루엔은 1곳에서 기준치의 1.5배를 각각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휘발유의 성분이기도 한 벤젠은 인화성이 강하며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물질이다. 섬유탈취제, 접착제 등에 사용되는 톨루엔은 구토와 두통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며 인쇄나 고무, 가죽 산업의 용매로 사용되는 크실렌도 중추신경을 위협하는 물질이다.

이에 서울시는 용산미군기지 반환 전 완전 정화를 요구한 상태다. 한미 환경공동실무협의회를 열어 시와 시민이 참여하는 한미 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오염도 조사를 정례화하자고도 요청했다. 또 국내 환경법 준수의무 및 SOFA 환경관련 규정의 개정 등도 건의했다.

이와 관련해 6월8일 '용산미군기지의 온전한 반환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연다. SOFA 규정 및 후속문서의 환경규정의 문제점에 대하여 공개 논의하고 기지 내 환경정화에 대한 모범사례를 공유해 향후 대응방안 등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4월 말부터 시 홈페이지를 통해 용산기지의 정화에 대한 시민의견을 수렴한다.

환경부는 향후 2, 3차 조사를 포함해 미군 측과 합의된 전체 조사 최종 결과보고서가 마련되면 이를 토대로 조치방안과 공개 여부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