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75)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을 촬영하고 돈을 요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일당이 법정에서 엇갈린 입장을 밝혔다.

동영상 촬영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CJ제일제당 전 부장 선모(56)씨는 공모 혐의를 부인했지만, 선씨의 친동생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수정)에선 선씨 등 6명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공갈) 등 혐의 1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선씨 측 변호인은 "동영상 촬영 혐의를 부인하고 공모한 사실도 없다"며 "삼성으로부터 6억원을 갈취한 혐의도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3억원 관련 혐의는 인정하지만 삼성 그룹 관계자 연락처만 확인해 준 것"이라며 "방조범에 불과하며 공모 혐의는 부인한다"고 말했다.

반면 선씨 동생은 자백하는 취지로 입장을 밝혔다. 선씨 동생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또 영상을 직접 촬영했던 여성 A씨와 이를 지시하고 삼성 측에 돈을 요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씨는 차후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이들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한다"면서도 "아직 증거기록을 복사하지 못해 차회 기일에 입장을 말하겠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김모씨 측 변호인은 "돈을 요구한 것은 인정하나 실제 돈을 받은 사실은 부인한다"며 "경위에 있어 선씨 지시에 따라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고 말했다.

혐의를 부인하는 선씨 측이 함께 기소된 다른 5명의 피의자 신문 조서를 부동의함에 따라 향후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선씨는 이 회장이 등장하는 동영상 촬영을 지시하고 삼성 측으로부터 돈을 요구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동영상을 빌미로 2013년 6월과 8월 각각 6억원과 3억원을 삼성 측으로부터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돈이 빠져 나간 계좌는 이 회장 차명계좌로 알려졌다.

앞서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지난해 7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이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 파일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이 동영상이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과 논현동 빌라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선씨 등 이들에 대한 다음 재판은 5월23일 오후 2시10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