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가 4일(현지시간) 화학무기를 이용해 자국민들을 대거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 정권이 독가스로 반군과 주민을 부상케 한 것은 있어온 일이지만 이번엔 규모가 다르다. 사망자 100명, 부상자 400명 이상으로 추정된 대형 참사다.

시리아가 엄연히 국제법상 금지된 화학무기를 아직까지 사용할 수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외신과 전문가들은 Δ지난 2013년 시리아가 가입한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의 미진함 Δ국제사회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어떤 행위 결과도 책임지지 않는 '면죄부'를 부여했다는 점을 주요하게 지적했다

◇구멍난 협약…악용하는 아사드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역사는 지난 20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랍의 봄'으로 촉발한 내전이 3년차에 접어든 때다.

당시 반군이 장악했던 수도 다마스쿠스 교외 지역에서는 정부군이 사린 가스 공격을 자행해 많은 민간인이 숨졌다. 사망자 수는 조사 당국에 따라 다르지만 프랑스는 이를 최소 281명, 미국은 1429명으로 추산했다.

이는 국제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사린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개발한 맹독성 신경가스여서 사건의 심각성이 컸다. 결국 아사드 정권은 미국과 러시아의 압박에 따라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가입했으며 화학무기를 전량 폐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공격에 노출된 민간인 증세는 독가스, 특히 사린가스와 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OPCW의 노력이 무위로 돌아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미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시리아 정권이 제도상 결점을 악용해 국제사회의 규제를 피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애틀랜틱은 우선 시리아 정권에서는 염소가스가 애초부터 폐기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정권이 OPCW 가입 당시 염소가스 비축량을 아예 신고하지 않은 탓이다. 지난해 유엔(UN) 조사 결과 정권은 이를 통해 민간인에 염소가스 공격을 수차례 벌인 사실이 결과 밝혀졌다.

사린 가스 역시 같은 방식으로 OPCW 규제를 회피했을 것이라고 애틀랜틱은 추측했다. 정권이 치명적인 화학무기 중 일부만을 보고해 폐기한 뒤, 남은 양이나 새로 제조한 물질을 민간인에 퍼붓고 있다는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14년 "과거 리비아가 그러했던 걸 감안하면 시리아가 사린가스 등 화학무기 비축량을 전부 보고했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전했다.

◇무력한 국제사회, 아사드에 면죄부 주다

가디언은 "아사드 대통령은 자신에게 면죄부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논평했다. 미국은 아사드 대통령의 무분별한 전쟁범죄를 저지하는 데 실패했으며 러시아는 이를 눈 감아줬다는 지적이다.

아사드 정권은 동맹인 러시아의 비호를 받으면서 전쟁범죄를 응당한 처벌 없이 자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일례로 지난 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시리아 화학무기 관련 제재는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탓에 무산됐다.

여기에 최근 미국의 '외면'까지 겹치면서 아사드 정권에 주어진 면죄부가 위험한 수준으로까지 강화됐다고 가디언은 평가했다. 지난달 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아사드 대통령 퇴진 문제가 "시리아 국민들의 소관"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 공조를 주도해야 할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아사드 대통령 축출은 미국의 우선순위가 아니다"고 발언해 아사드 대통령에게 죄를 묻지 않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가디언은 시리아 정권의 전쟁범죄를 이처럼 용납했다가는 세계대전을 거치며 엄격히 금지된 화학무기 사용이 다시 '정상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국제사회 합의를 파기한 주범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화학무기에 대한 면죄부가 공고화될 것이며, 그렇다면 이번 참사는 시리아 국민뿐만 아니라 그외 많은 사람들에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신문은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