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고문이 '러시아 내통' 혐의로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쿠슈너를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 커넥션'에 대한 광범위 조사가 불가피해졌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통령 선거 기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간 내통 의혹을 조사중인 상원 정보위는 이번 달 백악관 법률고문팀에 쿠슈너 고문에게 세르게이 키슬야크 러시아 대사가 주선한 면담에 관해 질문하기를 원한다고 통보했다.

이 면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권인수팀 운영 중에 이뤄졌으며, 러시아 국영은행 총재가 함께 했다.

지금까지 백악관은 지난해 12월 초 쿠슈너 고문과 키슬리야크 대사가 트럼프 타워에서 만났으며, 그 자리에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말 키슬리야크 대사는 두 번째 회의를 요청했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쿠슈너 고문은 당시 자신의 대리인에게 대신 참석할 것을 요청했지만, 결국 키슬리야크 대사의 요청에 따라 러시아 국영은행인 대외경제개발은행(VEB)의 세르게이 고르코프 은행장을 만났다. 이 은행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의 대(對) 러시아 경제제재 목록에 올라 있다.

호프 힉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 만남은 일상적인 외교적 조우였다고 밝혔다.

고르코프 은행장도 쿠슈너 고문을 만난 사실이 알려지자 성명을 내고 부동산 재벌가문 출신인 쿠슈너 고문의 기업 경영 능력에 대해 얘기했다고 밝혔다. 고르고프 은행장은 러시아의 최대 국영은행인 스베르방크( Sberbank) 부회장 출신이다.

대통령 정권 인수팀 관계자들은 정기적으로 외국 공무원들을 만난다. 그래서 러시아 대사를 만나는 것은 본질적으로 부적절할 이유가 없다.

힉스 대변인도 선거운동 기간 중 쿠슈너 고문의 역할 가운데 일부는 외국 정부와 관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었고, 그에 따라 다양한 국가의 관리 수십명을 만났다고 말했다.

힉스 대변인은 쿠슈너 고문은 상원 정보위에서 러시아 대사, 러시아 은행가와의 회의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한다면서 “그는 아무 것도 숨기려고 하지 않고 투명하게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회와 연방수사국(FBI)는 트럼프 캠프 참모들과 러시아 관리들, 그리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여전히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상원 정보위가 쿠슈너 고문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도 그가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위인데다, 러시아 내통 의혹을 받고 있는 참모들 중 유일하게 백악관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키슬야크 대사가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과 접촉한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플린 전 보좌관은 키슬야크 대사와의 접촉과 관련해 거짓말을 한 것이 탄로나면서 옷을 벗었고, 제프 세션스 국무장관도 그와 만났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러시아와 관련한 모든 조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다.

백악관은 쿠슈너 고문이 키슬야크 대사가 주선한 첫 만남에서 미국과 러시아간 관계 개선을 위해 미 차기 행정부와 러시아 정부간 외교 채널 가동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중동지역에서의 양국 협력방안도 논의했다는 입장이다. .

그러면서 백악관은 러시아 대사가 “메시지 전달을 위해” 두 번째 면담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고르코프 은행장을 만날길 원한다는 메시지였다는 것이다.

고르고프 은행장은 러시아 정보기관 및 보안군을 훈련하는 연방보안서비스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브네쉬에코놈방크는 푸틴 정부가 이사회를 통해 감독한다. 따라서 푸틴 정부를 위한 각종 자금 지원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 대사와 쿠슈너 고문, 고르코프 은행장이 만날 즈음 미 정보기관들은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러시아 스파이들이 민주당 선거위원회를 해킹하고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상원 정보위에서는 쿠슈너 고문의 사업도 문제가 될 전망이다. 그는 아직 기업 경영에서 손을 완전히 떼지 않은 상태다. 쿠슈너 가문이 소유한 뉴욕 부동산회사 쿠슈너 컴퍼니는 중국 안방보험과 자사 초고층 건물의 4억 달러(약 4조 6000억 원) 지분 매각 협상중이다.

이에 따라 상원 정보위는 쿠슈너 고문이 고르코프 은행장과의 만남에서 이 건물과 관련한 추가 자금 확보 방안을 논의했는지도 물어볼 계획이다.

물론 백악관은 그런 논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