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해 대선 기간동안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자신을 도청했다고 주장한데 이어, 이번에는 트럼프의 측근인 코리 르완도스키 전 선거대책본부장이 "오바마 정부가 제프 세션스와 세르게이 키슬야크 워싱턴 주재 러시아 대사 간의 대화를 도청"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로비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르완도스키는 4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 행정부가 제프 세션스 당시 상원의원(현 법무장관)과 러시아 대사 간의 대화를 도청하며 시간을 보냈다"며 "그들(오바마 행정부)이 다른 대화들도 도청하지 않았겠는가"라고 말했다.

폭스뉴스 진행자가 "세션스와 키슬야크 대사 간의 대화를 들었다는 말이냐, 아니면 마이크 플린(전 국가안보 보좌관)과 키슬야크 대사 간의 대화를 말하는 건가"라고 재차 확인하자 "제프 세션스(와 키슬야크 대사 간의 대화)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르완도스키는 "세션스 당시 상원의원은 공화당전당대회 때 키슬야크 대사와 만난 적이 있고, 두번째로는 상원 의원실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다"며 두번째를 "좀더 중요한" 만남으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들(오바마 행정부 사람들)은 미국 상원의원의 개인적인 대화를 모니터링했다. 그러니 전 행정부가 트럼프 타워에서 오가는 대화를 엿듣는게 가능하지 않았겠나"라고 반문했다.

르완도스키는 트럼프가 오바마의 도청 주장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를 대지 못했던 것처럼, 세션스와 키슬야크 대산 간의 발언을 오바마 행정부가 도청했다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서도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 1일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해 7월과 9월에 세션스 당시 상원의원이 러시아 대사와 만남을 가져놓고도 법무장관 청문회 때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던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앞서 뉴욕타임스와 CNN은 미국 정보 당국이 트럼프 보좌진과 러시아 관료들 간의 도청 대화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측은 트럼프의 도청 주장을 일고의 가치없는 것으로 일축하고 있다. 벤 로즈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4일 자신의 트위터에 "어떤 대통령도 도청을 명령할 수 없다"며 "당신(트럼프) 같은 사람들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러한 규제가 생겼다"라고 트럼프의 주장에 반박했다.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변인 케빈 루이스 역시 성명을 내고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 관료 누구도 미국 시민에 대한 감시를 지시한 적 없다"며 "관련 주장은 말그대로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4일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 기사에 근거해 오바마 행정부가 자신의 선거캠프를 도청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브레이트바트는 오바마 행정부가 작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방해하기 위해 트럼프 선거캠프가 위치한 뉴욕 트럼프 타워를 감시했다는 주장이 담긴 기사를 게재했다. 브레이트바트는 강경 보수 성향의 논평가 마크 레빈이 지난 2일 라디오에서 한 발언을 거론하며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하지만 이 매체와 레빈 모두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