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께서는 저에게 뚜렷한 목적을 주셨습니다. 기술을 배우고 공부해서 여기서 한국인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고…."

펄벅(Pearl Buck) 여사가 1967년 부천시 심곡본동에 세운 '소사희망원' 출신 혼혈 가수 정동권은 4일 펄벅기념관에서 열린 펄벅 여사 44주기 행사에서 "펄벅 여사께서 '앞으로 편견 없는 세상이 오니 미국에 가지 않더라도 여기서 살 수 있다'며 용기를 주셨다"고 회고했다.

펄벅 여사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져 그가 소사희망원을 설립한 지 50년이 된 지금 한국사회는 다문화사회로 발전해 다양한 인종이 함께 살고 있다.

부천시는 펄벅 여사의 평화와 박애 정신을 기려 부천, 나아가 대한민국을 따뜻한 공동체로 발돋움시키고자 2006년 소사희망원 자리에 펄벅기념관을 세웠다.

또 매년 펄벅 여사가 타계한 3월 6일을 즈음해 추모 행사를 열고, 2009년부터는 펄벅문학상 공모전도 개최한다.

소설 '대지'로 미국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펄벅 여사는 1960년부터 3년간 한국에 머물며 한국의 수난사를 담은 '살아있는 갈대'를 출간했다.

당시 그는 문학가로서, 사회사업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1964년에 전 재산을 기부해 펄벅재단을 설립했고, 이듬해 부천 심곡본동에 펄벅재단 한국지부를 냈다.

3년 뒤인 1967년 이곳에 소사희망원을 손수 만들어 한국전쟁으로 고통받는 고아와 혼혈아를 돌보며 차별 없는 참사랑을 실천했다.

이날 추모 행사에는 베트남 결혼 이주 여성 부지혜 씨 진행으로 김만수 부천시장, 강필국 한국혼혈인협회장, 각계 인사, 주민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어린이들로 구성된 태풍태권단의 태권도 시범, 김만수 시장과 정동권 씨 추모사, 시인 김양숙 씨 추모시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정동권 공연, 펄벅 여사 동상 헌화와 묵념, 펄벅 여사의 삶을 보여주는 사진 전시회도 열렸다. 이번 행사는 6일까지 이어진다.

김 시장은 이 자리에서 "펄벅 여사께서 이곳 부천에서 평화와 박애정신을 실천하셨다"며 "우리가 그의 정신을 헌양하고 알려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추모했다.

1970·80년대 인기 그룹이었던 '함중아와 양키스' 원년 멤버인 정동권은 자신을 돌봐준 펄벅 여사를 회고하며 만들었다는 노래 '연꽃처럼 뿌리내려'를 열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