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고비를 맞았다. 일정상 이번 주에는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양 측 사이에는 특별한 논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예정됐던 특검의 대면조사를 박 대통령 측이 취소한 이후, 양 측은 대면조사 관련 일정 조율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검 관계자는 "(대면조사와 관련해선) 아직까지 박 대통령 측과 전혀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의 공식 수사종료일(28일)까지 보름가량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주 대통령 대면조사가 특검 수사의 분수령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대통령을 상대로 한 조사일정이 아직 불투명하면서 수사가 난항이다. 이규철 특검대변인도 12일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방식과 시기 등이 모두 결정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도 현재로선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특검이 대통령 측에 비대면 조사의 시간·장소가 담긴 출석통지서를 발송했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특검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검 관계자는 "출석통지서 발송은 검토한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특검은 일단 청와대 압수수색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서울행정법원에 청와대 압수수색을 승인하지 않은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을 상대로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집행 불승인 처분에 관한 취소 소송과 효력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은 13일 오전 회의를 열고 특검팀이 낸 소송을 맡을 재판부를 결정한다. 이르면 이번 주 내 효력정지 심문기일이 열릴 전망이다. 법원 관계자는 "최대한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법원이 인용을 결정하면 특검은 다시 한 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어 박 대통령의 혐의와 관련한 직접적인 물증 확보가 예상된다. 남은 수사기간에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수 있다.

특검은 혹시 압수수색이 무산되더라도 그와 관계없이 대면조사를 그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면조사와 압수수색 모두 이뤄지지 않는다면, 특검은 이번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물증·증언을 확보하지 못하게 돼 수사의 동력을 잃을 전망이다.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재소환해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수사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13일 이 부회장을 소환해 뇌물공여 혐의 관련한 추가 사항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특검은 지난달 16일 430억원대 뇌물공여와 횡령, 위증 등 혐의로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의 주요 피의자인 박 대통령·최순실씨(61·구속기소)와 뇌물혐의로 묶여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옛 삼성물산-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 박 대통령이 도움을 줬고, 그 대가로 삼성이 박 대통령의 최측근 최씨 일가에 특혜지원을 했다는 것이다. 특가법상 1억원 이상의 뇌물죄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기에 유죄가 선고되면 실형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주가 특검에 있어 중요한 한 주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 실현 여부에 따라 이번 특검 수사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