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1일(현지시간) 정상회담 후반을 '골프 외교'와 북한 미사일 대응 긴급회견으로 끝마쳤다. 아베 총리는 9일 밤부터 이어진 닷새 간의 방미 일정을 마무리하고 13일 귀국한다.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워싱턴D.C.에서 가진 정상회담 이후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플로리다 주의 마라라고 별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양국 정상은 웨스트팜비치 소재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면서 한 차례 더 외교 협상을 치렀다.

◇'골프외교' 성공?…트럼프, 환율·무역적자에 침묵

트럼프 대통령은 외견상으로는 아베 총리와 흡족한 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흰 야구 모자와 폴로 셔츠를 입은 채 하얀 바지와 푸른색 모자를 착용한 아베 총리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사진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온 아베 신조 총리를 대접하면서 훌륭한 시간을 가지는 중이다"고 밝혔다.

미 백악관 공식 성명도 만남의 우호적 분위기를 전달했다.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골프장에서 아베 총리를 대접하는 것을 즐겼다. 두 사람 모두 편안하고 생산적인 하루였다"며 "양 정상은 다양한 주제에 관해 훌륭한 대화를 나눴고, 대통령은 저녁 만찬에서도 총리와 더 논의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써 아베 총리는 지난해 미 대선 이후 '예측불가'라는 평가를 얻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외국 정상이 됐다.

AFP통신은 이러한 아베 총리의 골프 외교를 "일하면서 노는 데이트"(work-and-play date)로 지칭했다. 또한 이것이 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를 연상케 한다고도 평가했다. 기시 전 총리는 반세기 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과 폴로 셔츠를 입고 골프 라운딩을 돌면서 유대 관계를 확인한 스포츠 외교로 유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서 환율 및 대일 무역적자에 관한 기존의 강경 발언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미국 및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급하게 마련된 기자회견

이처럼 '훌륭한 대화'가 계속될 것으로 에측된 양 정상의 저녁 일정은 한국시간으로 12일 오전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 예기치 못하게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30분 아베 총리와 저녁 만찬을 가진 뒤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나는 그저 미국이 훌륭한 동맹국인 일본을 100% 지지한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이 알기를 바란다"고만 말했으나, 아베 총리는 이번 발사가 유엔 결의안을 위반했다며 북한을 강력 규탄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발사 보도가 나온 직후 저녁 만찬장에 들어서면서는 관련 논평을 요구하는 기자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에 미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당국 분석이 완료되기 전까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올해 첫 도발이자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발생한 사건이다.

◇아베, '안보'는 취하고 '경제'는 양보하고

외신들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안보 동맹국 지위를 확고히 하는데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경제 부분에서는 통상 압박의 우려를 여전히 남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국은 10일 두 정상의 백악관 회담 이후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서 일본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평화를 위한 '주춧돌'이라 표현하며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했다. '방위 분담금 증액' 등과 같은 종전의 강경 발언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의 유대와 양국민 우호는 매우, 매우 깊다"며 "내가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는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와 북한 미사일·핵위협 방어 등 양국의 많은 공동 이익을 촉진하겠다"고 공표했다.

이로써 아베 총리는 일본을 위한 미국의 변함없는 군사적 지원을 약속받게 됐다. 성명에는 중일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미일 안보조약 제5조의 적용 대상임을 확인하며 미국은 재래식 무기는 물론 핵을 이용해 일본을 반드시 지킨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 유지를 꾀하는 미국으로서는 이러한 약속이 양국 모두에 '윈-윈'인 셈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경제 부문에서는 통상 압박 우려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문제에서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 호혜적인 무역 관계를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못박고 그 대안인 양국 간 자유무역 협정(FTA) 체결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중국 다음으로 크다. 수차례 이어져 온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적자 개선 공언으로 봤을 때,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와 압박이 일본에 언제라도 취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베 총리는 이번 회담을 통해 이 같은 미일관계 불확실성을 제거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러한 비판을 가장 날카롭게 내놓은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 국영 신화통신은 "안보 분야에서 양국 동맹관계를 강화한다는 트럼프의 약속은 아베의 이번 방미에서 가장 큰 수확물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를 위해 엄청난 값을 지불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지난해 11월 이후 트럼프에 가장 '아첨'하는 해외 지도자였지만 "미래에 트럼프 대통령이 환율, 방위비 부담 문제 등으로 일본을 압박할 가능성은 계속되고 있다. 분석가들은 미일 관계가 여전히 많은 변수에 직면하고 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