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령자들이 그들의 경력과 경험을 살려 사회적기업 창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분위기가 반갑습니다. 무엇보다 중고령자들도 자신의 커리어에 자신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20일, 서울 성북구청에서 열린 고령사회고용진흥원 주관 ‘중·고령자를 위한 사회적기업 창업 활성화방안’ 특강에 참석한 박석진(59)씨가 강의를 들은 뒤 소감을 말했다.

4년 전 직장에서 은퇴한 후 사회적기업 창업을 고려 중인 박 씨는 “평소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 창업 대비가 막막했는데 이번 특강으로 창업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이 날 특강은 중고령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한 듯 참가예정자 30명에서 두 배를 훌쩍 넘긴 70여 명이 참가했다. 연령층도 50대부터 80대에 걸쳐 고루 분포됐다. 은퇴한 여성들도 눈에 띄어 사회적기업 창업과 취업에 대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특강에 나선 사회적기업 ‘가치나눔’의 송명세 대표는 베이비부머들의 퇴직후 노후 설계를 우선적으로 강조했다. 송 대표는 “1,650만 명에 이르는 베이비부머들의 양산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고령화와 저출산이라는 사회 현상과 맞물려 베이비부머의 은퇴후 일자리는 행복한 노후 보장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적기업 전문 컨설팅 사회적 기업 ‘가치나눔’의 송명세 대표, 그는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장년에 어울리는 사회적기업 창업 아이템 30개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최근 급변하는 고령사회를 맞아 특히, 베이비부머들에게는 ‘100세 디자인’이 중요한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50대부터 재취업과 창업 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고 적어도 70대까지 일하는 시대라는 말도 나온다. 얼마 전에는 준·고령자 명칭도 ‘장년’으로 입법화했다. 50세부터 65세 미만은 모두 장년으로 호칭된다. 인생 2라운드를 순조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 차원에서이다.

이런 사회적 변화와 배경에도 불구하고 송 대표는 “퇴직후 창업과 재취업이 만만치않고 특히 일반적인 창업은 투자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국가의 재정지원도 받고, 위험부담도 상대적으로 적은 사회적기업 창업에 중고령자들이 적극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적기업은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된 이후 50여개에서 2011년 500여 개로 10배나 성장했다. 송 대표는 “현재 예비 사회적기업을 포함해 모두 1,500개의 사회적기업이 탄생했다.”며 “앞으로는 단순한 일자리 제공형보다는 사회적 목적과 서비스를 다양화하고, 마을기업 등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회적기업이 주목받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중고령자의 커리어가 사회적기업 발전에 더 없이 소중한 자원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장년을 위한 사회적기업 창업 활성화 특강에는 많은 은퇴자들이 참석해 그들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과 열기를 보여줬다.

이 날 강연내용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장년을 위한 사업모델과 사회적기업 창업 아이템(자세한 내용은 카페 cafe.naver.com/valueah에 공개)이다. 모두 30가지 아이템이 소개됐는데 일부 비즈니즈 모델은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일례로 국수전문점 같은 아이템은 시니어의 정감있는 손맛으로 기존 프랜차이즈 국수가게와는 차별화된 전통국수집으로 진화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 돌봄 서비스를 대행하는 ‘시니어 홈게어 서비스’ 역시 이미 장년들에게는 익숙한 아이템이다.

송 대표는 파지로 버려지는 헌책을 수거·분류·제본해 동네 서점과 헌책방에 판매 또는 기증하는 헌책재활용사업을 추천했다. 또 장기 해외출장이 잦은 사람들끼리 애완견을 보호해주는 애견품앗이 사업은 사회적 연대를 키워주고 애완견을 보호하는 취약계층에게도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볼 만하다. 친환경놀이터 정비사업도 있다.

어린이놀이터를 각종 오염으로부터 보호하고 친환경 흙과 모래 놀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밖에 은퇴자지식사업, 사이버타운사업, 친환경가족놀이사업, 평생일자리지원사업, 협력적소비사업, 복합문화카페사업, 공익마케팅사업, 경영닥터 사업 등도 전망있는 창업아이템으로 소개됐다.
 

고령사회고용진흥원은 퇴직 중고령자의 일자리 창출 등 사회 서비스를 수행하는 고용노동부 인가 비영리법인으로 퇴직자 생애설계교육과 은퇴 전문가교육 등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고령사회고용진흥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 송 대표는 아이디어를 키우는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송 대표는 “계란을 세우려고 할 때 계란을 깨서라도 세우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며 “창업아이템과 사업은 자기만의 특화된 서비스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것은 결코 먼곳에 있지 않다”며 말을 이어갔다.

송 대표는 “사회적기업은 대박나는 사업이 아니라 의미있는 사업을 해야 한다. 이 날 소개한 아이템들은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니며 일부 아이템들은 이미 시행 중인 사업들”이라며 “장년들의 우수한 경험을 결합해 성공적인 창업을 하길 바란다” 며 특강을 마무리했다.

특강 후 참가자들과의 질의응답과 토론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 자리에선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이 전체 산업의 0.1% 수준으로 선진국 10%에 비해 매우 작아 발전가능성이 무한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또한 정부의 사회적기업 육성의지가 높은 것도 향후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시행을 앞둔 협동조합 육성법이 사회적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사회적기업의 조건인 법인과 조합의 설립요건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올해 12월 시행령이 나오면 5명 이상으로 구성된 협동조합이 사회적기업의 목적을 수행하면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게 된다.
 

지난 6월 고령사회고용진흥원이 개최한 창립기념 포럼에서 박성태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고령사회고용진흥원)

한편 ,이번 특강을 마련한 고령사회고용진흥원은 중고령자의 일자리 창출, 사회공헌 활동 지원, 퇴직자 생애설계 교육 등 베이비부머를 위한 다양한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효과적인 퇴직준비모델을 모색한 포럼을 개최해 전문가들로부터 고령화사회에 대비한 퇴직관련 정책방향을 처음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최근 베이비붐 세대의 새로운 기회창출을 위한 정부와 사회의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사회적기업에 대한 베이비부머의 진출과 창업은 투자비용을 최소화하고 고효율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특강은 뜻 깊은 자리였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도 더욱 진지한 논의와 정책대안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