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최순실씨(61)가 실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더블루K와 용역계약을 맺고 장애인펜싱팀을 추진하게 된 건 청와대의 뜻이었다는 정황이 법정에서 제기됐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56)이 이를 주도적으로 실행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10일 열린 '영재센터 후원금 강요' 관련 2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기우 GKL 대표(65)는 장애인펜싱팀 등 스포츠단 창단과 관련해 "처음 시작이 청와대의 뜻이라 부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해 1월 안 전 수석의 연락을 받았다. 이 대표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와 받지 않았더니 다음 날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입니다, 통화하시죠'라는 문자가 왔다"며 "이후 안 전 수석이 조성민 전 더블루K 대표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보내줬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청와대 수석이 공기업 사장에게 전화해 민간기업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안 전 수석의 전화를 받고 4일 후에 조 전 대표와 80억원 규모의 배드민턴·펜싱팀을 창단하는 용역계약 협상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공기업 입장에서 80억원 규모의 일반인 선수단 2개를 창단하는 건 굉장히 힘들어 혼자 안고 고민했다"며 "이후 더블루K와 협상에서 장애인팀 창단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과정은 김 전 차관이 이끌었다. 이 대표는 "김 전 차관이 가이드라인 지침을 주기도 했다"며 "저는 장애인 팀을 창단하겠다고 했는데 김 전 차관은 (안 전 수석의 요청처럼) 일반인 두 팀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을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수석이 더블루K와의 80억원 계약체결을 요구하는데 어떻게 할지 김 전 차관에게 조언을 구하니, 그는 '제가 그 친구들을 만나보겠다'고 했다"며 "당시 김 전 차관에게 더블루K를 처음 언급했는데도 그는 이미 알고 있는 듯 그게 무엇이냐고 되묻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 대표는 김 전 차관의 윗선이 청와대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그는 윗선을 묻는 질문에 대해 "처음에 선수단 창단 관련해 청와대 수석에게 전화를 받았다"며 "문체부 차관의 위라고 하면 (문체부) 이상의 기관이라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