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민자 또는 난민 입국 심사를 강화하도록 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전세계 공항에서 여행객 수백명의 발목이 묶였다. 미국 영주권자를 비롯해 트럼프 행정부의 입국제한 대상이 폭넓게 적용되면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 ABC방송 등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저녁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JFK)에는 이슬람권 국가에서 출발해 미국에 도착한 여행객 11명이 억류된 상태다. 애틀란타, 휴스턴, 디트로이트 등에서도 여행객의 입국이 금지되면서 이날 최대 27명이 미 공항에 억류됐다.

전세계 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한 채 공항에 발이 묶인 여행객도 수백명에 달한다.

이라크에서 미 정부를 위해 10여년간 일한 인물도 JFK 공항에서 억류되는 등 이번 행정명령으로 인한 입국금지 조처가 무분별하게 확산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JFK 공항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위대 수백명이 등장해 "미국은 무슬림을 환영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독일 프랑크푸르트·이집트 카이로 등 유럽, 중동, 아프리카 일대에서 미국 학생 비자, 취업 비자 심지어 영주권을 소유한 사람들까지도 미국행이 제한되는 사례가 이어졌다. 미 국토안보부도 영주권을 소유한 외국인들이 입국금지 명단에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입국제한 대상 중에는 영국-이라크, 캐나다-소말리아 등 이중국적자의 경우도 포함됐다. 이들의 경우에도 미국 입국이 90일간 금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이민자 또는 난민의 입국을 철저히 심사하고 미국에 이슬람 테러범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에는 이라크, 시리아, 이란, 예멘,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등 테러 위험국 7곳 국민의 미 입국을 90일간 막고 난민입국 플그램도 120일간 중단하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이번 행정명령에 대해 "무슬림 금지가 아니다"라면서 "우린 완벽히 준비가 되어 있으며 매우 잘 이행되고 있다"면서 공항에서 일어나는 소요 사태도 곧 끝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