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이 자사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총 1억7900만 달러(약 2151억 원) 규모의 퇴직보상금을 받게 됐다. 원래 퇴직 시점에 받기로 예정돼 있던 틸러슨의 스톡옵션 주식 200만 주가 현재 엑손모빌 주식 현재 시가에 따른 현금 1억7900만 달러로 계산돼 틸러슨의 10년짜리 신탁계좌로 지급되는 것이다.

파이낸셜뉴스(FT) 보도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4일(현지시간) 틸러슨이 국무장관으로 확정되면 엑손모빌과의 모든 관계가 끊어진다면서 이같이 발표했다. 엑손모빌은 성명서에서 “틸러슨의 독립 신탁은 그가 국무장관에 지명됨에 따라 이해상충 금지 요건을 따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엑손모빌 측의 이번 조치는 틸러슨이 국무장관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엑손 측에게 어떤 식으로든 특혜를 줄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FT는 그러나 이러한 조처들은 틸러슨이 국무장관으로 확정될 경우에 이행되는 것이며 틸러슨의 국무장관 지명은 상원의 반대에 부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틸러슨 지명을 위한 상원 청문회는 오는 11월로 예정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13일 국무장관에 틸러슨을 지명했다. 당초 틸러슨은 올 상반기 42년 엑손모빌 생활을 마무리하고 퇴직할 예정이었다. 올해 3월 틸러슨이 엑손모빌의 표준 퇴직 나이인 65세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13일 트럼프의 낙점을 받으면서 예정보다 일찍 엑손모빌을 떠났다.

원래 틸러슨은 퇴직 시점에서 200만 주의 스톡옵션을 추가로 받기로 돼 있었다. 이를 현재 엑손모빌 주식 시세로 계산하면 1억8200만 달러가 된다. 그러나 연방 윤리 감시단체들의 요청에 의해 300만 달러가 삭감된 1억7900만 달러를 지급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틸러슨은 국무장관에 취임하면 향후 10년간 석유 및 가스산업에서 일하는 것이 금지된다. 만약 에너지 산업에 다시 복귀할 경우 신탁에 맡겨진 재산은 몰수돼 개발도상국 빈곤 및 질병 퇴치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틸러슨은 러시아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상원 통과에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 애리조나)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틸러슨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깊이 연관돼 있다며 "이를 조사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케인 의원은 "블라디미르 푸틴은 약자를 괴롭히는 폭력배이자 살인자다. 그를 다르게 표현하는 이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틸러슨과 푸틴이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지만 우려가 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