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국가 키르기스스탄이 미군 군사기지에 이어 러시아 기지도 철수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러시아 타스 통신과 키르기스 아키프레스 통신 등에 따르면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연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국방력에만 의존해야 하며 러시아든 미국이든 어떤 다른 나라든 외국 군사기지에 의존해선 안 된다"면서 자국주둔 러시아 군사기지를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대로 철수시키겠다고 소개했다.

그는 "나는 이 문제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해를 얻었으며 이에 대해 그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도 계약 기간 만료 뒤 러시아 기지 철수에 동의했다는 설명이었다.

아탐바예프는 이어 "누군가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미군 기지를 내보낸 것도 전적으로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것은 키르기스스탄이 장래에는 스스로의 국방력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키르기스스탄에는 러시아가 주관하는 통합 군사기지가 들어서 있다.

수도 비슈켁 외곽에 칸트 공군기지를 비롯, 이식쿨 호수와 접한 카라콜에 해군기지, 북부 찰도바르 마을에 통신기지, 서부 마일루우수에 지진 관측소 등 4개 시설이 그것이다.

키르기스 내 러시아 군사기지 주둔 협정은 지난 2009년 쿠르만벡 바키예프 전임 대통령에 의해 처음 체결됐다. 이 협정은 올해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자동으로 49년 더 연장되게 돼 있었다.

하지만 2011년 집권한 아탐바예프 대통령은 이듬해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새로운 군사기지 주둔 협정을 체결하면서 기지 주둔 기간을 2017년부터 15년으로 하고 양측이 합의할 경우 5년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이날 아탐바예프 대통령의 발언은 15년 뒤 협정이 만료되면 러시아 군사기지도 철수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대(對)테러전 지원을 위한 전초 기지로 설치했던 키르기스 마나스 공군기지는 2014년 6월 폐쇄된 바 있다.

아탐바예프 대통령이 이끈 키르기스 정부는 지난 2013년 마나스 기지 철수를 결정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