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이 동시에 사표를 낸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당초 늦어도 24일 오후쯤 김 장관과 최 수석의 사표를 반려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결국 이날도 사표를 반려하지 못한 채 하루를 넘겼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6시35분 문자메시지 공지를 통해 "오늘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의 사표수리 여부에 대한 발표는 없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지난 21일 사표를 냈고 최 수석은 정황상 22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참모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사표 반려'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특검 수사가 예정돼 있으며 탄핵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와 청와대 사정라인 투톱을 비워둘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광옥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수석 비서관들과 최 수석의 거취 문제를 논의한 뒤 사표 반려를 박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사표 반려' 결정이 늦어지면서 이를 둘러싼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우선 김 장관과 최 수석의 '사퇴 의지'가 강해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들을 설득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최 수석은 지난 20일 박 대통령을 헌정 초유의 '피의자'로 규정한 검찰의 공소장 내용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상상과 추측을 거듭한 사상누각" "인격살인에 가까운 유죄단정"을 주장하는 청와대 대응을 보면서 '피의자 박 대통령'과 '통제불능 검찰' 사이에서 무력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한 검찰의 '통제불능'에 대해 법무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낸 상황에서, 검찰 책임자이자 법무장관의 지휘를 받는 김수남 검찰총장을 압박하기 위해 '사표 반려'를 늦추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즉각 반려를 결정할 경우 김수남 총장에 대한 압박 메시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시간을 끌수록 검찰총장에 대한 압박이 지속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정책회의에서 "청와대는 아직도 사표 수리를 하지 않고 있지만 행여 이런 모습이 김수남 (검찰)총장이 나가야 한다는 청와대 의지라면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또 하나 추가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들의 사표제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더 이상 사표 반려 결정을 늦추기엔 '검찰총장 압박' '갈등설' 등 여론의 역풍을 더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박 대통령이 조만간 반려 쪽으로 결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