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영웅이라 부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페루 리마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푸틴과 별도로 회동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며 "서방 국가들이 작은 나라들을 괴롭히는 걸 최근에 많이 봤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서방국)은 너무 큰 위선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담에서 "서방국은 전쟁을 시작은 해놨지만 참여하기는 두려워 한다. 미국이나 다른 국가들이 잘못된 부분이 바로 이것"이라며 "대량학살 무기가 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이라크를 비롯해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등 수많은 곳에서 전쟁을 시작했지만 (무기는) 하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미국이 베트남전이나 이라크전에 군인들을 파병하라고 필리핀에 "강요했다"며 미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거듭 높였다.

6월 취임 이후 미국-필리핀 연합 군사훈련 중단, 미군철수 요구 등 반미행보를 줄곧 보여온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20일엔 중국 방문길에서 "미국과 결별을 선언한다"고 언급, 미국 정부를 당황시키기도 했다.

두테르테는 중국에 대해 공개적인 구애작전을 펼쳐온 데 이어 최근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웅은 푸틴"이라며 러시아에 친밀감을 적극 드러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