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버몬트)은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기소는 "무도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샌더스 의원은 이날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주최 조찬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대통령이 자기보다 약 200만표를 더 받은 경쟁후보에 대한 기소에 연루된다는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클린턴이 트럼프에게 선거인단 확보에서는 졌지만 득표수로는 앞섰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샌더스는 클린턴에 대한 기소가 실현되면 "이 나라를 완전히 분열시킬 것"이라며 "무도한 행위가 될 것이다. (기소를) 하지 말아야한다는걸 트럼프 당선인이 이해하고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선거전 내내 클린턴의 개인 이메일 사용 의혹을 들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클린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혔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법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앞서 클린턴을 감옥에 보내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에 대해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바 있다.

샌더스 의원은 간담회에서 "전세계 비(非)민주주의 국가에선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여긴 미국이 아니냐. 우린 정치적 경쟁자를 고발하거나 감옥에 던져넣지 않는다고" 클린턴의 기소에 강한 반대의 뜻을 거듭 밝혔다.

그는 이어 "클린턴 대신 대선에 출마했다면 트럼프를 이겼을 것이라 보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무의미한 질문"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뒤를 돌아보는건 의미가 없다. 지금 미국은 거대한 위기에 직면했고 엄청난 소득과 부의 불평등 때문에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고 답했다.

샌더스는 또 민주당이 이번 선거 참패를 "당이 의미하는 바와 앞으로 가야할 길을 재평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상원 임기가 끝날때까지 무소속 지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샌더스 의원은 최근 민주당 선거 참패 후 구성된 상원지도부에 대외협력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려 첫 민주당 지도부 데뷔를 했다.

1991년 무소속으로 연방 하원의원직을 처음 맡은 샌더스는 이후 2007년 상원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뒤에도 무소속 지위를 줄곧 유지했다. 그는 미 의회 사상 가장 오래 무소속 지위를 지켜온 의원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