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 배종엽 휴게시설처장

대한민국 휴게소는 내 필생의 일

바꿔 놓았다. 가능하면 좀 더 맛있고, 좀 더 쾌적하고, 좀 더 편하고, 좀 더 즐거운 휴게소를 골라가는 것이 당연한 시대다. 이제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이 휴게소의 위치와 거리는 물론 주유소의 유가가 얼마인지까지 실시간으로 안내하고, 사람들은 원하는 곳을 선택해 그곳을 즐긴다.

휴게소는 더 이상 단순히 지나다가 급한 볼일을 보는 곳이 아니다. 문화가 있고 테마가 있고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렇게 휴게소 문화가 변하기까지 오랜 세월 묵묵히 한자리에서 그 변화를 일궈낸 사람이 있다. 배종엽 한국도로공사 휴게시설처장(54)은 1984년 한국도로공사에 입사해 1986년부터 고속도로 휴게소 관리업무를 맡아 오늘의 휴게소를 만들어낸 주역이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이용되기 시작한 휴게소는 지난 40년 동안 양과 질에서 이렇듯 많은 발전을 이뤄왔다. 초기 단순히 잠간 들러 급한 일을 보고 가던 곳에서 이제는 문화와 테마가 있는 휴식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고속도로 휴게소는 선진관광 한국의 척도가 되었다.

깨끗한 휴게소 화장실 만든 개혁파

요즘 사람들은 어떤 일이든 그저 있는 자리에서 대충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들리는 휴게소도 마찬가지다. IT 강국 한국은 고속도로의 휴게소를 세계최고로

직장생활 26년 동안 휴게시설 관리만 22년을 맡아왔으니 대한민국 휴게소에 대해선 작은 것 하나도 그의 머릿속에 입력되지 않은 것이 없다. 20여년 휴게시설 관리를 하면서 남긴 굵직한 업적들도 꽤 있다. 깨끗한 휴게소 화장실을 만든 것이 그였고, 휴게소 내의 불법노점상을 정리하고 하이샵을 만들어 그 안으로 노점상들을 유치한 것도 배 처장이다. 그리고 지금은 고유가 시대 국민적 열망을 담아 고속도로에 알뜰 주유소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의 노력이 때론 다른 이의 업적이 되기도 하지만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 보면 후회는 없다, “우리나라의 휴게시설은 고속도로 개통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물론 편의시설과 서비스 수준도 많이 향상됐습니다. 특히 1999년 시작한 화장실 문화 혁신은 우리나라의 휴게소 문화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역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초창기 지저분했던 화장실이 향기가 나고 음악이 흐르는 곳으로 확 바뀌었습니다."

사실 휴게소 화장실이 지금하고는 많이 달랐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 명절 때면 청결이 문제가 아니라 절대적 부족현상으로 아수라장으로 변하곤 했다. ‘줄서지 않는 휴게소’를 모토로 예산 10억을 배정받아 이동실 화장실을 무조건 만들어 설치했다. 그리고 지루하고도 길던 그 줄들을 없애버렸다. 그리고 청결하고 음악이 흐르는 지금의 화장실이 되기까지 시간과 열정을 들여 많은 투자를 했다.

2000년 월드컵을 계기로 그가 만들어낸 화장실 혁신은 이제는 외국에서 벤치마킹 하러 올 정도로 휴게소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30년간 고속도로 골칫거리 노점상 정리 해결

화장실을 정리한 그는 2010년 11월 휴게소를 무단 점유한 채 영업을 하는 불법노점상 정리에 나섰다. 배처장이 일군 두 번째 업적은 휴게소 노점상을 정리하고 하이샵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 배에 칼이 들어오기 전에는 안 된다’며 항의하는 노점상도 있었고, 노점상과 결탁한 폭력조직이 배 처장을 협박하기도 했다.

휴게소를 불법점유하고 영업을 하던 철거 이전 노점상 모습

철거된 노점상들이 운영하는 '하이샵'모습.

지금까지의 일들이 모두 전심을 다해 추진한 일들이었지만 그중에서도 노점상 정리는 정말 힘들었다. 전국 169개 휴게소에 328여 개의 노점상이 있었다. 노점상들은 생계가 달린 일이니 목숨을 걸 수 밖에 없었다. 나도 목숨을 걸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는 각오로 임했다.

“노점상 정리는 불법 잡상인들을 국가에 세금을 내는 유통인으로 바꾼 일입니다. 30년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일인데 G20 행사를 계기로 정말 극적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노점상들과 마찰이 심할 때는 가족들 한동안 피신시키고 일해야 할 정도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든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었지만 결국 해냈으니 여한이 없습니다. 그렇게 완강하게 저항하더니 하이샵이란 브랜드를 만들어 샵을 제공하고 그곳에 납품을 하는 형태로 전환했는데, 이제는 노점상인이 아니라 하이샵 운영자가 되었으니 엄청난 신분상승을 했다고 좋아합니다.“

불법 노점상정리는 함들었던 일인 만큼 그에게 커다랑 영예도 안겨줬다. 각종 표창을 비롯해 청와대로 초청받아 공무원 성공사례로 발표 되었으니 공직자로서 가장 큰 성원과 격려를 받은 셈이다.

알뜰주유소 기획한 선진관광의 문지기

기획부터 실행가지 불도저철럼 밀고 나왔다. 정말 단기간에 66호점을 만들어 내리라고 아무도 기대 못했다. 현재 66개가 준공되었고. 예약이 30개 되어 있어 100호점 계약이 눈앞에 와있다. 기획부터 실행가지 불도저철럼 밀고 나왔다. 정말 단기간에 66호점을 만들어 내리라고 아무도 기대 못했다. 현재 66개가 준공되었고. 예약이 30개 되어 있어 100호점 계약이 눈앞에 와있다.

제 1호점으로 준공한 알뜰주유소 기흥점.

알뜰주유소는 석유공사와 농협의 공동 유류 구매 및 직판에 따른 가격인하 요인으로 3%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지금까지 도심보다 비싼 것으로 알려져 기피돼 왔으나 알뜰주유소 시행으로 근교 나들이객들이 즐겨 찾는 주유소로 바뀌고 있다. 기대 이상으로 호응이 커서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름을 넣고 간다. 매출이 80%정도 늘어난 알뜰주유소도 즐겁다.

배 처장은 “고속도로내의 담합구조를 꺤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현재 66개소가 준공되었고, 96호까지 예약되어 있으니 연말까지 120여개소를 알뜰 주유소로 전환 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기대가 크다.

한길을 걷는 길은 고난이지만 보람

공무원 한명이 소신을 가지고 일하는 것은 어느 것보다도 성과가 큰 애국이다. 전국민에게 너무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휴게시설처장을 맡고 있는 배종엽 처장은 이런 면에서 꿋꿋하게 자신에 최선을 다해온 그의 일들이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데 일조한 공신이다. .

자신의 삶에서 휴게소를 분리할 수 없다는 그는 한국도로공사에 입사해 대리 6년 차장 6년 부장 2년 부처장 2년 처장 2년 총 22년동안 휴게소 운영에만 전력을 다해온 공직자다. 한 보직을 오랫동안 맡기지 않는 공무원 사회의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 기록은 아마 지금까지 없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말단부터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 처음 입사시절 20년 즘 선배인 1급 지역본부장을 보면서 나도 저기까지 갈수 있을까?  꼭 가야겠다고 다짐하던 시절이 있었다. “뒤돌아보니 아득하지만 열심히 일하다보니 그 꿈은 어느새 이루어져 있고,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며  배처장은 지난 일을 회상했다.

서울 상경 후 22년간 휴게소 관리

경남 진해가 고향인 배처장은 경남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학사장교(ROTC)로 복부한 뒤 84년 7월 한국도로공사에 입사를 해 마산지사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1년 후 서울로 전근되어 시설영업부 대리로 보직을 받았다.

다음날부터 얼마나 일이 많은지 매일 야근을 해야했다. 알고보니 이 자리 전임자가 너무 힘들어 보직변경을 안해 주면 그만두겠다던 자리였다. 잡무가 너무 많아 진짜 업무는 모두 퇴근한 후 혼자 남아 매일 야근을 했다.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6년이 지나 있었다. 승진 시험을 봐야 하는데 공부할 시간이 없어 시험을 못보고 있었다.

지방으로 발령을 내주며 시험 준비를 하라했는데 그때 전근을 가면서 정말 그만 두고 싶었다. 그의 공직생활에 첫 번째 좌절이었다. 속초 설악 연수원으로 발령을 받았는데 눈물을 흘리며 대관령을 넘었다. 12월 중순 추운겨울 제일 한직이던 속초연수원에서 613호실을 숙소로 배정받고 속초 시절은 시작되었다.

일복 많은 배 처장은 속초 연수원에서도 눈코 들 새 없이 바빴다. 시험 준비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준비 없이 치른 시험에서 두 번을 내리 낙방하고 고개도 들지 못하던 시절, 그가 없는 줄 알고 선배 하나가 두 번이나 승진 시험 낙방하면 우리 회사에선 끝난 거야. 배종엽인 이제 끝이야. 하는 소리를 들었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든 때였는데 그 말을 듣고 오히려 오기가 생겨, 이를 악물고 하루 2-3시간 자며 공부를 해 결국 시험에 붙었다. 약이 된 선배의 독설 덕분에 서울로 다시 올라와 시설영업부 차장과 부장을 거쳐 휴게시절 처장이 되었다. 돌아보면  입사 초기 1급이 되겠다고 꿈을 품은지 26년이 흘렀다.

두 번의 좌절과 세 번의 영광

20년 세월동안 속초연수원 발령 때와 2009년 어려운 일을 겪으며 두 번의 회한이 있었다. 그래도 돌아보면 후회는 없다. 정말 열심히 일했고 굵직한 실적도 남겼다고 자부한다. “솔직히 선진 관광한국을 만드는데 휴게소가 매우 큰 역할을 했고 생각합니다. 외국의 사례들도 공부하고 전 직원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냅니다.”

휴게시설처장실에서 아이디어 회의 중인 직원들과 배종엽 처장.

배처장은 이런 노력으로 모범 공무원으로 선발되어 사실 큰 상도 여러 번 받았다. 공무원으로써 최고 영예인 ‘대통령 표창’을 비롯해, ‘감사원 표창’과 한국소비자학회가 주최하는 ‘소비자권익증진 경영대상’이라는 큼직한 상도 받았다.

그는 공직자로서 이만하면 더 이상 바라볼 것이 없는 위치 같은데 아직도 생각이 많다. 휴게소를 이용한 수익 모델을 발굴하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한국의 휴게소들이 세계로 수출되는 것을 꿈꾸는 그는 쇼핑·문화·레저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복합휴게타운으로 발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시설이 좋아진 것 외에 휴게소 식당 운영에도 남다른 소신으로 혁신을 꾀하고 있다. 식약청과 협의해 식당 기준 ‘HACCP’ 기준을 만들고 인증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현재 인증 식당은 횡성과 칠곡, 경산 휴게소 등 많지 않지만 곧 전국의 휴게소 식당들을 대상으로 HACCP인증 제도를 실시할 계획이다.

배 처장은 “고속도로에 알뜰 주유소의 활성화와 휴게소 식당의 HACCP인증 확대 등을 통해 이용객에게 최고의 만족을 선사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실현해 가는 중이다.  

                 배종엽 처장 약력 및 주요 실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