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남기씨(69)의 유가족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의 발언에 대해 "회복 가능성이 없다는 병원의 의견을 반영해 아버지에게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백씨의 두딸인 백도라지씨(33)와 백민주화씨(29)는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및 살인정권 규탄 투쟁본부'가 주최해 5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백씨의 주치의였던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백씨의 사인에 대해 '가족들이 연명치료를 하지 않아 사망한 것'이라고 밝혔고 이는 의료계 및 정치권 등에 논란을 야기했다.

이날 유가족은 가족들이 의료진이 요구한 연명치료에 응하지 않아 백씨가 사망했다는 일각의 비난에 대해 "아버지가 생전에 혹시나 이런 상황이 온다면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병원에서 아버지의 상태가 악화돼 치료를 통해 소생 가능성이 없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버지가 소생 가능성이 있었다면, 의식이 깨어날 가능성이 정말 있었다면 저희는 무엇이라도 했을 것"이라며 "병원에서 회복 가능성이 없다고 밝힌 상황에서 추가로 수술을 하거나 기구를 사용한 치료를 하는 것은 아버지에게 고통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말기 환자나 임종 단계 환자의 경우에만 작성할 수 있는 연명치료계획서를 병원 측에서 먼저 작성했고 가족은 여기에 동의한 것뿐"이라며 "자신이 연명치료계획서를 작성했으면서 치료를 연명하지 않아 백씨가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백선하 교수의 행동은 의사로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백민주화씨와 백도라지는 백씨의 사례가 부검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며 유가족들은 부검을 원하고 있지 않다며 부검 거부 의사를 재차 밝혔다.

백도라지씨는 '사망원인에 대한 논쟁이 있는 만큼 부검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부검은 사인이 불분명할 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자료를 보면 물대포에 비견되는 충격을 줄 수 있을 만한 상황은 없었다"고 답했다.

유족들에게 법률적 지원을 하고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정일 변호사는 이에 대해 "법적인 관점에서 사망원인이 명백한지는 사실관계를 가지고 판단한다"며 "지난 민중총궐기에서 백씨가 살수차에 의해 쓰러진 사실은 모든 국민이 알고 있고 최초 진료결과 뇌출혈로 회복 불가능 했다는 게 담당 의사의 의견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우석균 대표도 최초 백씨의 뇌 CT(컴퓨터단층촬영) 사진을 근거로 제시하며 "오른쪽 옆머리에 급성 경막하출혈로 뇌가 반대로 밀리고 탈출 증상으로 보였다"며 "이는 전세계적으로 신경외과 의사들이 수술 불가라고 생각하는 증상"이라고 주장했다.

유가족은 백씨의 부검을 허락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시신 훼손의 우려도 있지만 경찰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백도라지씨는 '부검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편향된 의견을 내놓는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전문가인 부검의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저희 입장에서 이번 사건의 가해자인 경찰이 부검 신청의 주체이기 때문에 가해자가 피해자의 부검을 요청하는 것을 받아드릴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경찰이 25일까지 전까지 영장을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이후 부검을 둘러쌓고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것을 염려하고 있었다.

이정일 변호사는 "경찰이 영장 집행을 25일 전에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물리적 충돌이 예상된다"며 "25일까지 영장이 집행되지 않고 추가적인 영장 청구가 없어야 가족들이 편안하게 장례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앞서 경찰은 지난 4일 서울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부검 영장집행을 위해 유가족에 대한 설득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백도라지씨는 딱 1차례 등기를 통한 협조요구 외에 협의에 대한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