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규모 5.1과 5.8의 지진이 연달아 발생하자 300㎞ 이상 떨어진 접경지인 경기북부지역에도 '집이 흔들린다'는 신고 전화가 빗발쳤다.

별다른 피해는 없었지만,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동해안과 멀리 떨어져 평소 지진 걱정을 거의 하지 않던 주민들은 지진의 위력을 실감했다. 이날 경기북부 소방에는 1천800건, 112에도 300건 이상의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경기북부지역을 비롯한 수도권은 과연 지진에 안전할까.

전문가들은 사람이 다치는 등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진앙 지점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진앙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갈수록 지진 강도가 약해지는 감쇄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감쇄 정도를 분석하는 수식이 있긴 하지만, 진앙의 깊이, 지역별 지형, 토양의 질 등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때문에 지역별 지진 피해를 예측할 때는 수식보다 실제 지진이 발생했을 때 각 지역에서 관측된 진도를 데이터화해 누적한 자료가 더 신빙성이 있다. 한반도에서는 그동안 강한 지진이 드물어 누적된 데이터가 부족해 정확한 예측은 힘들다고 한다.

다만 12일 발생한 지진에서 나타난 감쇄 경향을 보면, 규모 5.8의 지진이 경주에서 발생했을 때 수도권 일부 지역에 2∼3 정도의 진도가 나타났다.

진도 6도이면 많은 사람이 놀라서 밖으로 나가거나 무거운 가구가 움직이기도 한다. 진도 5도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진동을 느끼며, 진도 4는 서 있기가 약간 힘들고 방 안의 물건이 흔들리지만 심각한 피해는 일어나지 않는 정도다.

진도 3은 대부분의 사람이 느끼는 정도의 세기다. 진도 2는 서 있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규모이며 진도 1은 소수의 사람이 진동을 감지하는 정도다.

이러한 데이터로 보면 전문가들은 만약 경상도 동해안 쪽에서 또다시 지진이 발생한다고 가정했을 때 수도권에 최소한의 피해가 예상되는 4∼5정도의 진도가 나타나려면 진앙의 지진 규모는 최소 6.5 이상은 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는 "경상도 동해안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가 수도권까지 피해를 주려면 규모 6.5∼7 이상의 지진이 나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정도 강도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현재로써는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고윤화 기상청장은 경주 지진 이후 "6.0 초반을 넘어가는 지진은 언제든지 가능성이 있으나 6.5 이상 지진은 희박하다"고 밝힌바 있다.

규모는 변하지 않는 지진의 세기를 나타내고 진도는 사람들의 피해나 지진의 흔들림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다.

하지만,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 지진이 동해안이나 경상도에서만 시작된다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옷감을 폈다가 움츠리면 큰 주름 이외 주변에 작은 주름이 생기는 것처럼 지각판이 움직이면서 지진은 한반도 어느 지역에서든지 발생할 수 있다"며 "12일 지진은 동일본 대지진 때 움츠러들었던 지각판이 펴지면서 발생했다는 주장이 있는데, 만약 이 분석이 맞다면 평소 지진이 없었던 곳도 진앙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방재연구소 이호준 박사도 "12일 지진은 한반도 내륙 어느 곳에서도 강한 지진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수도권에서는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지금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진도 6.0 이상에서 건물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발생한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진도 5 이상 지진에도 벽돌 구조물 일부가 무너질 수 있고 특히 반도체 등 정밀 산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 박사는 "지진이 발생한 깊이, 진동의 주파수 등에 따라 피해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며 "현재까지 국내 지진에 대해 누적된 데이터가 부족해 어느 지역도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