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1일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 대해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 사건을 '세월호 참사'에 비견하며 소관 부처인 환경부의 안일한 대처를 비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환경부의 현안보고를 청취했다. 윤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장삿 속만 챙기는 상혼과 제품 안전관리 법제 미비가 중첩돼 빚어진 대규모 인명살상행위"라고 고개 숙였다.

이날 여야 의원들의 질의는 매서웠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수많은 국민이 희생된 이 사건은 안방의 세월호 사태"라며 "우리 국민에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윤 장관의 사과로만 끝날 일이 아니다. 이는 관계 부처의 명백한 직무유기이고, 사건을 축소·은폐한 것으로 당연히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제1사명이라는 점만 명심했더라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Δ정부의 방치 Δ골든타임 놓침 Δ정부의 책임 회피 Δ피해자에 대한 무(無)사과 등을 들며 "이 사건이 세월호 참사와 유사하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윤 장관은 "법체제의 미비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입법 미비'라는 정부의 변명이 이어지자, 여야 의원들은 "국민에 사과하라"고 몰아세웠다. 회의장에선 "정부가 책임이 있음에도 사과하지 않고, 남의 일처럼 유감만 표명한다"는 지적과 함께 "장관은 어느나라 장관이냐"라는 고함도 들렸다.

그러나 윤 장관은 "법적 문제를 떠나서 국가가 책임을 통감한다"고만 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문제로서 국가 개입이 부적절하다'는 환경부 자료가 "근본적으로 틀리진 않다"며 현 제도 상으로는 정부 개입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빈축을 샀다.

아울러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의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가 점유율 80%를 넘는 인기를 누렸음에도 정부의 관리감독에 빠져있었다는 지적엔 "완전히 사각지대에 있었기 때문에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라고 수긍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태(胎)중 사망한 경우 정부가 신청받은 사례가 10년간 1건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태아 사망에 정부가 무관심했다는 것이다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차를 통해 1300건 가까이 피해사례를 신청받았지만, 태중 사망 사례는 1건"이라며 "이제까지 거부된 태중 사망 사례가 몇 건일지는 알 길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윤 장관은 "신청에 제한을 두지는 않았다"며 "60% 이상이 아무런 증빙서류가 없어도 받아들여줬다"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장 의원은 "태중 아이가 사망해 정부에 피해사례라고 신청했다가 거부된 복수의 부모들이 거짓이라는 말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윤 장관은 "그런 것까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제가 현장에 없어서 알 수가 없다"라고 대답을 회피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입힌 대표 기업으로 지목된 '옥시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정부는 물론 국제적 차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옥시 제품 불매운동이 시민단체, 국민만의 몫이냐. 현재 대형마트에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데 정부는 불매운동에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냐"면서 "국제적 불매운동까지 가야 한다. 얼마나 국민 자존심이 무너졌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