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쿠바 방문을 앞두고 쿠바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침체된 경기와 정치적 고립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꿈꾸는 쿠바인들은 성조기와 오바마 대통령의 사진을 내걸고 88년만의 미국 대통령 방문에 흥분을 감추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영부인 미셸 오바마와 두 딸과 함께 사흘 일정으로 쿠바 방문를 방문한다. 현직 미국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1928년 캘빈 쿨리지 이후 88년 만이다.

2014년 양국 국교정상화로 54년간 적대관계였던 쿠바와의 관계를 복구한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임기말 그간의 외교적 성과의 정점을 장식하고 양국간의 본격적인 화해의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첫 방문지인 아바나 구도심 지역은 인부들이 총 동원돼 노후화된 도로를 복구하고 지저분한 벽을 다시 칠하는 등 말끔하게 새단장했다. 건물에는 한때 적기로 분류되던 성조기가 내걸렸으며 주민들 또한 성조기 패턴이 들어간 옷을 준비해 손님맞이에 나섰다.

아바나의 한 유명 레스토랑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의 정상회담을 알리는 포스터가 내걸렸으며 지나던 사람들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멈춰 서서 사진을 찍어댔다. 그간 혁명 지도자 체게바라의 사진으로 도배됐던 것과는 분명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쿠바 유명 작가 레오나르도 파두라는 블로그에 "미국 대통령은 에어포스원 전용기를 타고 쿠바 아바나에 도착할 것이며 미소와 박수갈채, 밴드의 연주로 환영을 받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이같은 일을 볼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었다"고 감회를 적었다.

그간 공산주의 정권하에 50여년간 억압 받아온 쿠바의 반체제 시민단체 인사들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번 방문을 통해 "급진적인 변화"를 이끌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19일 성명을 내고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문에 대해 "쿠바의 정치 집권층이 모든 반체제 인사들을 반역자로 분류한 그들의 요새철학이 더이상 발붙일 곳이 없음을 깨닫게 될 기회"라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쿠바의 변화를 이끌어줄 것을 요청하며 "특히 모든 정치·인권운동가들을 향한 억압과 물리적 폭력을 중단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 마지막날인 22일 직접 만남을 갖고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문 첫날인 20일 저녁 먼저 아바나 구도심을 방문해 양국 비밀회담을 주선한 하이메 오르테가 추기경과 만난다.

21일에는 라울 카스트로 의장과 만나 인권 및 정치적 자유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과의 회동은 예정되어 있지 않지만 그외 다른 시민사회단체, 기업 관계자와도 특별한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이에 앞서 오전에는 혁명광장에서 쿠바 독립운동을 이끈 호세 마르티의 추모비를 방문한다.

방문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아바나의 알리시아 알론소 국립대극장에서 대중연설을 통해 쿠바인들에게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벤 로즈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이번 연설은 양국 역사에서 아주 특별한 순간"이라며 "미국과 쿠바가 밟아온 지금까지의 역사를 돌아보고 함께 만들어나갈 미래에 대해서도 논의하는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쿠바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전역에 생중계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출국 전 에스타디오 라티노아메리카 구장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MLB) 소속 탬파베이 레이스와 쿠바 대표팀 간 친선 경기에 참석한다. MLB구단이 쿠바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은 1999년 볼티모어 오리올스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