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된다’더니. 초등학생 아들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것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가 학교를 상대로 소송전까지 벌여 눈길을 끈다.

2014년 서울시내 초등학교에 입학한 A군은 자신에게 장난을 치고도 사과하지 않은 반 친구 B양이 못마땅했다. 그래서 친구 C군과 짜고 ‘B양 잡기’ 놀이를 했다. A군과 C군 주도로 남학생 10여명이 학교 운동장에서 B양한테 돌멩이를 던지고 꺾은 나뭇가지를 휘두르며 괴롭혔다.

충격을 받은 B양은 불안증세를 호소했고 병원에서 틱장애(특별한 이유 없이 이상한 행동이나 말을 반복하는 것) 진단까지 받았다. 화가 난 B양 어머니는 학교에 가서 A군 등을 야단치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자치위는 A군에게 △B양에 대한 서면사과 △B양에 대한 접촉·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교육 이수라는 3가지 제재 조치를 내렸다.

B양 어머니가 A군을 꾸짖은 것에 단단히 화가 나 있던 A군 부모는 발끈했다. 어린 학생들 사이에 생길 수 있는 일에 대해 지나친 처분을 내렸다고 여겨 학교를 상대로 제재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김정숙)는 1일 “3가지 제재 조치 중 서면사과를 뺀 나머지는 철회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군의 행동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만 학교 측이 제재 처분을 3가지나 내린 것은 과도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가해학생이 피해학생 접촉 등 금지 처분을 받을 경우 보호자와 함께 반드시 특별교육을 받아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두 가지를 병과한 처분은 과중하다”며 “A군이 B양에게 서면으로 사과하도록 하는 한 가지 제재만 부과하는 게 합당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