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하는 한·미·일·중·러 등 주변 주요국들의 연쇄 협의 '1라운드'가 지난주로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이번 핵실험 이후 대북 압박의 전략과 방향성을 놓고 한미일과 중러 간에 치열한 탐색전과 기싸움이 벌어졌다면, 주말을 기점으로는 유엔 안보리 결의로 집약되는 구체적 대북제재 조치로 점차 초점이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일이 중국의 적극적 대북제재 동참을 요구하며 압박을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양측의 접점이 어느 정도 수위의 대북 조치로 구체화할지 주목된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부터 한미일은 외교장관 전화 협의,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 등을 통해 전례 없이 강력한 대중국 압박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핵실험에 대해 '평소 하던대로'(business as usual)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과, 새로운 대북 제재는 '강력하고 포괄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 위협이 과거와 다른 차원으로 가는 만큼 차별화된 대응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제재의 수위를 높이고 대상도 한층 넓혀야 한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차단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대북 제재의 성격을 보다 광범위한 경제 활동을 겨냥하는 쪽으로 확장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 정권의 안정성을 흔들 수 있는 전방위적 성격의 제재에는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평화·안정 실현, 비핵화,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자국의 '한반도 3원칙'을 사실상 기준으로 한 "합당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측은 지난 14일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 '명확한 대응'이라는 형태로 어느 정도 공통분모를 찾아내기도 했다.

회동에 참석했던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안보리의 새로운 제재 결의를 통해 국제사회가 명확한 대응을 할 필요에 인식을 같이 했다"고 회동 다음날 기자들에게 전했다.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출구가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한에 줄 수 있도록 '적실성 있는' 대응을 해야 한다는 데 양측이 공감대를 이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구체적인 안보리 대북제재 조치를 두고 전개될 외교 협의 '2라운드'에서 중국이 어떤 입장을 내놓느냐는 대목이다.

중국은 현재 미국 주도로 만들어진 안보리 제재 결의 초안의 요소들을 세밀하게 검토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 초안이 '최대치'의 제재를 담고 있을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중국이 어느 정도나 수용하는지가 앞으로 안보리 결의 논의의 속도와 내용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구체적 입장이 윤곽을 드러내면 안보리에서의 협상도 더욱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7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안과 관련해 "이번 주에는 유엔 등에서 움직임이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자외교를 담당하는 고위 당국자인 신동익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은 18∼20일 미국 뉴욕을 방문해 중국, 미국, 일본 등 안보리 주요국 대사들과 현장 교섭에 나선다.

이번 주 북한 핵실험 외교전의 또 다른 주요 축은 토니 블링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아시아 순방이다.

16일 도쿄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외교차관 협의를 통해 중국에 제시할 3국 차원의 대북 압박 카드를 가다듬은 그는 19∼20일 한국 방문을 거쳐 20∼21일께 중국을 방문, 대중 압박의 고삐를 죌 예정이다.

블링큰 부장관과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의 회동에 이어 27일에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방중할 예정이어서 미중 당국자간 연쇄회동이 대북제재 수위를 포함한 북핵 대응전략 논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