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양천구 다나의원의 C형간염 집단발생과 관련해 정부가 치료비 지원 불가 방침을 밝혔다. C형간염이 법률에 규정하고 있는 국가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4일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브리핑에서 “C형간염 관련 치료비용에 대한 지원은 현행규정상 어렵다”며 “대신 검토해 피해자들의 건강을 회복하는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치료비용은 다나의원 K원장이 경찰로부터 혐의가 확정될 경우 물어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과거 비슷한 사례에서도 법원은 병원에 감염 환자들에 대한 배상을 판결한 적이 있다.

K원장과 부인은 피해 부분에 대해 보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감염자당 치료비용이 4000만원대를 훌쩍 넘기기 때문에 모든 감염자들에 보상이 가능하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이 현재까지 조사한 C형간염 검사 항체 양성자는 총 78명이다. 이 중 바이러스에 감염 중인 사람은 55명으로 모두 치료 대상자가 된다. 개인당 치료비용을 4000만원으로 가정하면 총 치료비용은 20억원대에 달한다.

이는 다나의원에서 발생한 C형간염 바이러스 유형이 한국인에 드문 ‘1a’형이기 때문이다. 치료법은 바이러스 유형에 따라 달라지는데, 우리나라 환자들에 많은 1b의 경우 치료비가 수백만원에 그치지만 이달 초 출시되는 1a형 치료제는 아직 보험적용이 이뤄지지 않아 치료비용만 수천만원에 달한다. 현재 감염상태인 55명 모두 바이러스 유전자 형태가 1a형인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기존의 다른 유전자형 치료제는 비싸지 않지만 아직 출시되지 않은 1a형 치료제의 경우 3개월 비보험 치료 비용은 4500~4600만원대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물론 올해 먼저 출시된 다른 1a형 보험 치료제도 있지만 치료효과는 상대적으로 낮다. 따라서 여력이 안 되는 감염자들은 새로운 치료제의 보험급여 적용을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치료비용에 대한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에 해결책을 마련해 달라는 온라인 청원 글도 올라왔다.

한 피해자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치료비가 만만치 않아 막막한 상태”라며 “정부도 우리 심정을 안다면 하루 빨리 치료비에 대해 해결해 줬으면 한다”고 청원 글을 작성했다. 현재 1000명 서명을 목표에서 현재까지 337명이 서명한 상태다.

한편 4일 0시 기준으로 다나의원 전체 이용자 총 2268명 중 1055명이 양천구보건소를 방문해 항체 검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78명이 양성 결과가 나왔다. 아직 검사율이 47% 밖에 되지 않아 감염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 의료인 면허관리 강화를 위해 의사의 면허신고를 위한 보수교육 매년 점검과 그 동안 신고제가 없던 약사에도 면허신고 의무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