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오는 2021년까지 사법시험제도를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그간 사시 존치 문제로 격렬하게 다퉈왔던 사시 존치파와 폐지파의 표정이 다소 엇갈렸다.

다만 양측 모두 법무부의 '4년 유예 결정' 그 자체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시했다.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단체들은 법무부가 사시를 '4년만' 유지하겠다는 데에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국회에 사시존치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국민적 여망을 반영해 사시를 존치하기로 한 입장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면서도 "사시 가치, 존재 이유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시 존치 결정을 4년 후로 연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시 존치에 대한 국민의 뜻은 한시적 사시 존치가 아니라 '조건 없는' 사시 존치"라며 "국회가 사시 존치 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지방변호사회도 "법무부 역시 사법시험 존치 필요성과 사회적 합의가 있음에 동의한 것"이라면서도 "향후 4년만 사시를 존치한다는 입장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한시적 사시 존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서울변회는 "원래 올해까지만 사시가 존치될 예정이었지만 거센 반대가 있어 사시 존치를 두고 첨예한 대립·혼란이 있었다"며 "그런데 지금 와서 또다시 사시를 '한시적으로' 존치시키는 것은 혼란을 그대로 방치하자는 의미와 같다"고 비판했다.

법과대학 교수들 역시 사시 존치는 환영하면서도 '시한부' 사시 존치라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국법과대학교수회는 "사법시험을 일단 존치해야 한다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과거에 비하면 전향적인 것이어서 다행"이라면서도 "로스쿨 운영, 변호사시험을 둘러싼 음서제 논란 등에서 국민들이 보이고 있는 분노와 좌절을 일시적으로 피하기 위한 미봉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반면 사시 폐지를 일관되게 주장해온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측은 이번 법무부의 입장 발표에 "법무부가 '떼법의 수호자'가 됐다"고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모인 한국법조인협회는 "사시존치 세력의 정치적 모략에 넘어간 것으로서 국회가 만든 현행 변호사시험법에 전면 배치된다"며 "법무부에 경솔한 입장 표명의 철회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또 "법무부가 입장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사시 폐지를 신뢰하고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들의 신뢰를 파괴해 발생한 모든 손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대한변협과 서울변회에도 회비 납부 거부 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이 모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역시 "'믿음의 법치'를 강조하던 법무부가 로스쿨 진학자 1만4000명, 로스쿨 진학자 가족들의 신뢰를 무시하고 '떼법'을 용인했다"며 "박근혜 정부는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는 방침을 스스로 저버린 것"이라고 비난에 나섰다.

이어 "국회가 떼법을 용인하지 않고 법률을 믿은 대다수 국민의 신뢰를 보호하고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고 하는 사법개혁의 대원칙을 공고히 할 것을 믿는다"며 "25개 로스쿨은 국회 입법 과정에서 사시존치 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도 "사시 폐지를 정한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며 8년이 넘는 기간 지켜온 신뢰의 원칙에 반하는 편협하고 근시안적인 의견"이라며 법무부를 맹 비난했다.

또 "25개 로스쿨 재학생의 총의를 반영하는 자퇴운동을 전개하겠다"며 강경 대응도 예고했다.

학생협의회는 "온갖 악의적인 비방에도 불구하고 법을 신뢰하며 묵묵히 공부해온 재학생들은 속은 느낌"이라며 "법무부의 이번 발표에 대하여 즉각 입장을 철회할 것과 로스쿨 제도 안착을 위한 노력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