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의 키를 쥐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획정위)가 농어촌 지역대표성 확보를 위해 자치구·시·군의 분할금지 원칙의 예외 허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획정위의 지역구 의석수 결정을 위한 논의가 농어촌 지역대표성 확보 방안을 찾지 못하고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해법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선거구획정위의 한 핵심 관계자는 3일 뉴스1과 통화에서 "헌법재판소도 (결정문에서) 투표가치 평등보단 우선될 수 없지만, 지역대표성도 고려돼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이같은 예외 확대 방안을 언급했다.

그는 "현행 공직선거법에서 자치구·시·군의 분할을 못하도록 돼 있지만, 매번 부칙을 통해 4개 정도 선거구를 분할 금지의 예외로 허용해 왔다"며 "농어촌 지역대표성 확보를 위한 여러 방안 중의 하나로 강구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핵심 관계자는 헌재가 지난 2001년 인천 서구 검단동의 인천 강화군 편입(인천 서구·강화을)이 '게리멘더링(자의적인 선거구획정)'이라는 헌법소원 청구에 대해 '입법자가 자의적인 선거구획정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합헌 결정을 한 것을 소개하며 "헌재도 인구편차를 줄일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는 등 합리적인 이유가 충분히 있고, 선거인을 차별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으며, 실질적인 차별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입법재량 일탈이 아니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칫 형평성 논란이나 차별 의도가 있다고 보여지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불가피할 경우 제한적으로 쓰면서 농어촌 지역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쪽으로 검토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검토 대상 지역과 관련해선 "전국에 걸쳐서 폭넓게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농어촌 지역 의원들이 최소 4개 군에는 1개의 선거구를 두는 형태의 '농어촌 특별선거구' 도입을 주장하는 것을 언급, "(지역구의) 면적이 엄청나게 넓어 관리가 어렵고, 인구대표성은 확보되지만 유권자들이 폭넓게 거주하고 있어 주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등 불가피하고 객관성이 있는 경우엔 (분할금지 원칙 예외를) 적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획정위의 이같은 검토는 농어촌 지역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농어촌 지역 선거구 축소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고육지책'으로 읽혀진다.

다만, 예외를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놓고선 지역구간 형평성 논란은 물론 게리멘더링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당장 새정치연합측에선 획정위가 이같은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게리멘더링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정개특위 소속 한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통화에서 "자치구·시·군 분할금지 원칙의 예외를 확대하는 것은 명확하게 게리멘더링 선언"이라며 "예외를 허용하게 되면 이쪽 저쪽에서 다 문제제기를 할 텐데 어떤 기준으로 그것을 해결할 것이냐. 획정위가 넘지 않아야 할 선을 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어촌 지역대표성 확보방안 마련을 주장하는 새누리당과 농어촌 지역 의원들은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회 정개특위 여당 간사인 이학재 새누리당 의원은 "농어촌 지역대표성을 확보하는 문제에 대해선 우리가 계속 요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획정위가 그런 방법의 노력을 해주는 것은 고맙다"며 "다만 그 방법이 자치구·시·군 분할금지 원칙을 깨야만 가능한지, 어느 정도를 깨야 하는지는 면밀하게 따져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호남 출신인 이윤석 새정치연합 의원은 "획정위가 그렇게라도 농어촌 지역대표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고, 호남 출신으로 정개특위 소속인 신정훈 새정치연합 의원도 "지역대표성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줄어드는 농어촌 지역구를 최소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필요하다면 그런 특례가 필요하다고 본다. 생활문화권 등을 존중해 가면서 극히 제한적으로 특례를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획정위는 선거구획정안의 국회 제출시한인 오는 13일까지 획정안 제출을 위해 내주 초께 회의를 개최해 지역구 의석수를 확정한다는 구상이다. 이 핵심관계자는 "획정안 제출 법정시한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큰 획을 긋는 것이기 때문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획정위는 2일 8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갖고 지역구 의석수를 확정하려 했지만, 농어촌 지역구 대표성 확보 방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론 도출에 실패한 바 있다. 획정위는 내부적으로 내년 총선의 지역구 의석수를 현재와 같은 246석으로 정하는 쪽으로 대체적인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농어촌 지역구는 10석 안팎이 줄어드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