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내년 4월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 룰(규칙)' 문제를 둘러싼 여권 내 계파 간 갈등 양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지 여부에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일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오는 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수석비서관들로부터 분야별 주요 국정현안을 보고받고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회의는 지난달 25~30일 미국 뉴욕 방문 이후 처음 열리는 대통령 주재 수석회의란 점에서 박 대통령은 일단 제70차 유엔총회 참석 등 뉴욕 방문 성과를 공유하고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동안 청와대 수석회의나 국무회의를 종종 정치 현안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회로 활용해왔단 점에서 원론적인 차원에서나마 '최근 여권 내 공천 룰 갈등에 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귀국 뒤 현기환 정무수석으로부터 이른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등 새누리당의 공천 룰 관련 논의를 보고받았고, 같은 날 청와대는 '고위 관계자'를 통해 '안심번호 공천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예시하면서 그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안심번호 공천제' 논의를 주도해온 김무성 대표와 청와대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으로 치닫다가 양측이 확전 자제 의사를 밝히며 표면적으론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든 상황이지만 근본적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터라 긴장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과정에서 청와대 측은 '안심번호 공천제'에 대한 비판이 내부 논의를 거쳐 나온 것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사실상 청와대의 공식 입장임을 시인한 상태다.

때문에 새누리당의 차기 총선 공천 룰, 특히 '안심번호 공천제' 도입 문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생각은 '고위 관계자'의 발언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란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관계자들은 새누리당 김 대표와 현 수석이 '안심번호 공천제' 논란과 관련한 확전을 자제키로 의견을 모은 뒤엔 관련 언급을 부쩍 삼가고 있는 모습. 자칫 청와대 관계자 등의 발언을 통해 공천 룰 문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중이 외부로 알려질 경우 또 다른 정치적 시빗거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날 '청와대 관계자'를 인용해 박 대통령이 1일 오후 내부 회의에서 '(최근 논란의) 본질은 정치개혁에 역행하는 안심번호 공천제 도입에 있다. 무늬만 국민공천제일 뿐이고, 사실상 현역의원 기득권 유지제와 다를 바 없다'는 취지의 뜻을 밝혔다는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민경욱 대변인)며 선을 긋고 나선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 청와대 주변에선 "박 대통령이 5일 수석회의를 주재하더라도 공천 룰 문제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거나, 언급하더라도 원론적 수준의 얘기만을 할 것"이란 전망을 주를 이루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당내 기구에서 공천 룰을 논의하기로 했으니 그것을 지켜보는 게 맞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공천 룰을 논의할 특별기구 구성 문제를 놓고 이미 당내 친박계와 비박계 간의 갈등이 재연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선거 개입' 등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이 문제를 직접 '정리'코자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Δ국회의원 후보 선출은 여야가 동시에 국민 참여 경선으로 선출하는 것을 법제화하고, Δ비례대표 공천에서도 '밀실공천'을 없애겠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정치쇄신안'을 공약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