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28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논의를 위한 회동에 앞서 청와대 측과 협의를 했으며, 청와대가 '우려'를 표명했음에도 문 대표와 합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1일 밝혀졌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시에 전화로 (청와대의) 찬성·반대 의사는 듣지 않았고, '이런 방향으로 지금 이야기를 전개하려 한다'고 상의했다"며 "(회동이) 끝나고 난 뒤에도 발표문을 그대로 (사진으로) 찍어서 다 (청와대에) 보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청와대 관계자는) 그냥 듣기만 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또 "나 혼자서 다 한 것처럼 그렇게… (되고 있는데) 하도 답답하니까 이것까지 밝힌다"고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전날 "김 대표가 내부 협의도 없이 문재인 대표와 합의를 했다"고 한 것에 대한 반박 성격이었다. 그러자 "오늘은 (당·청 갈등과 관련해) 더이상 말하지 않겠다"던 청와대가 즉각 이 '관계자'의 실명(實名)을 밝히며 반박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김 대표가 만난 사람은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고, (김 대표로부터) 전화가 와서 지난달 26일 만났다"며 "(당시 김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하겠다. 야당 대표를 만나겠다'고 했고, 현 수석은 그 자리에서 김 대표에게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문제가 많다. 반대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28일 문 대표와 합의한 뒤 그 내용을 현 수석에게 다시 알려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28일 (문 대표와의 회동이) 끝나고 난 뒤 김 대표가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내용을 알려왔고, 그게 전부"라며 "(김 대표가) 보고가 아니라 통보를 한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가 청와대와 협의를 한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자신의 생각대로 밀어붙인 것이란 얘기였다.

또 "정무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유엔 외교 일정이 워낙 빡빡한 상황임을 감안해 (대통령에게) 보고를 안 했다고 한다"며 "어제(30일) 아침에 박 대통령에게 보고가 됐다"고 말했다. 26일과 28일 당시 대통령이 외국 출장 중인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고, 김 대표가 대통령의 뜻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란 걸 알면서도 안심번호 공천제를 강행한 것은 문제라는 취지였다.

'청와대와 김 대표의 진실 공방' 분위기로 번지자 김 대표가 다시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반박이 전해진 뒤 김 대표는 기자들에게 "(청와대 관계자가) 정확하게 '반대 의사'라고 이야기했느냐"고 거듭 확인했다. 그러고 난 뒤 "현 수석이 걱정하고 우려하는 이야기를 한 것은 사실인데, '반대'라는 표현은 난 기억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가) 굳이 그걸 반대라고 이야기한다면 그것도 내가 수용하겠다"며 "더 이상 이거 가지고 공방 벌일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