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대 교황 중 처음으로 미국 의회에서 합동 연설을 했다.

교황은 약 50분에 걸쳐 이민자와 난민 문제, 기후변화, 사형제 등 다소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을 거침없이 밝혔다.

미국 공화당은 그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민개혁, 사회 불평등 해소, 기후변화 정책 등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진보적인 아젠다에 지나치게 포용적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평소 으르렁대는 공화당과 민주당도 이날만큼은 당파적 갈등을 내려놓고 교황에게 필요한 예를 갖췄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공화당 소속의 로이 블런트 상원의원은 "한번쯤은 우리가 누구인지보다는 우리가 이 곳에서 뭘 해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의회도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연설에서 "이민자들의 얼굴을 쳐다보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고 그들의 상황에 최대한 반응해주며 그들을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며 이민자와 난민에 대한 적대감을 버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는 "인간의 활동으로 초래된 환경 파괴의 영향을 돌리기 위해 용감하고 책임있는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으며 미국이, 이 의회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가톨릭 교도인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은 교황의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기립박수를 보냈다.

공화당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연설에 깊은 감명을 받은 듯 눈물을 닦아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펠로시는 "교황은 가난과 박해, 전쟁에서 도망치려는 이들에 대한 피할수 없는 성스러운 책임을 우리에게 상기시켰다"고 평가했다. 

민주·공화 양당의 대다수 의원들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의 연설에 정치적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애덤 킨징거 하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위와 관계없이 언제나 겸손하고 용서하라고 가르쳤다. 이는 워싱턴 정가에 꼭 필요한 교훈"이라고 밝혔다.

크리스 크리스티(공화), 벤 카슨(공화) 등 미국 대선 후보들도 이날 교황의 연설을 듣기 위해 참석했지만 정치적 평가는 삼갔다.

다만 망언과 기행으로 연일 논란을 빚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교황의 입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