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2일 공개된 영상을 통해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그만큼 부자 사이 갈등의 골이 깊다는 이야기다. 이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그동안 신동빈 회장에게 대로했으며, 그의 경영권을 인정치 않는다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롯데호텔 34층 집무실에서 "둘째 아들 신동빈을 한국 롯데 회장과 롯데홀딩스 대표로 임명한 적이 없다"며 "신동빈 회장에게는 어떠한 권한이나 명분도 없다"고 밝힌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15일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어 28일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을 해임시키며 명예이사로 추대한 바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70년간 롯데그룹을 키워온 아버지인 자신을 배제하려는 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용서도 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31일 공개된 육성 녹음에서도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신동빈 해임시켰잖아"라며 신동빈 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할 것을 종용한 바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 회장의 눈과 귀를 차단한 참모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오너 일가 대부분이 신격호 총괄을 지지하는 가운데, 한일 롯데의 주요 고위경영진 대부분은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롯데는 신격호 회장이 판단이 어려운 상태라며 영상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롯데 측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외부 인사들의 접근을 차단한 상황에서 찍은 영상"이라며 "왜곡되고 법적 효력도 없는 메시지"라고 입장을 밝혔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육성 녹음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은 쓰쿠다 사장을 해임시킨 후 "잘 부탁한다"고 말한 것이"다른 데 가서도 잘 하라는 의미"라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설명이 석연치 않다. 도리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롯데는 최근까지만 해도 신격호 회장이 매일 제2롯데월드의 사업 현황을 보고받는 등 건강과 판단 능력이 정상적이라고 밝혀왔지만,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고령으로 거동과 판단이 어렵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한국 롯데 계열사의 고위 임원 다수도 이 같이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