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지난 5월 오산 주한미군기지에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는 탄저균 샘플을 실수로 보낸 사건과 관련, 정부는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 및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 산하에 한미합동실무단을 11일 구성했다.

외교부는 12일 "탄저균 배달사고 발생 이후 SOFA 합동위 차원에서 핫라인 구축 및 비상협업체제를 가동하는 한편, 각 부처 및 기관별로 대미 협의?협조를 해 오던 중,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검토를 위한 '통합 협의체'로서 합동실무단을 구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합동실무단은 ▲배달사고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주한미군 훈련과 관련한 한미 군당국간 정보공유 강화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한미 관계 당국 간의 협의·협조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향후 유사한 배달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SOFA 운영 및 절차 등의 개선 또는 보완 필요 여부도 판단한 뒤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예정이다.

우선 합동위는 오는 15일 열리는 제195차 SOFA 합동위원회 회의 때 이번 탄저균 배달사고를 공식 의제로 상정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식 의제가 되면 합동위 차원에서도 이번 문제를 공식적으로 엄중하게 받아드리는 효과가 있다"며 "한미 양국이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해야한다는 엄중한 인식을 상호 공유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측의 조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15일까지 모든 검토가 끝나고 재발방지 방안이 마련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미 합동실무단이 사고 발생 두달 후에나 구성된 이유도 미측의 조사결과 발표 시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측의 자체적인 조사결과는 이달 중순에 나온다.

한편 이번 사건 이후 필요성이 제기됐던 SOFA 개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SOFA 개정은 시간이 많이 걸리며 절차개선을 통해 효과적으로 재발 방지를 할 수 있다면 그런 방향으로 검토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SOFA 개정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구체적으로는 '합의권고문(Agreed Recommendation)' 형태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AR에 명시된 건 법적이진 않더라도 한미 양측에 의무를 부과하게 되는 효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합동실무단의 단장은 우리측 국방부 정책기획관과 미측 주한미군 기획참모부장이 맡게 됐다.

아울러 실무단에는 국방부, 외교부, 질병관리본부, 기재부 등 한미 양측 관계부처 및 기관의 관계자가 참여해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협의를 할 예정이다. 민간에서도 법률, 미생물 분야 전문가가 각각 1명씩 참여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주한미군의 생물물질 반입과 관련된 전 과정(사전 통보, 통관, 반입 후 관리 등)에 관계되는 모든 부처와 기관 담당관들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첫 임무로 7월중에 탄저균 배달사고가 발생한 미 오산 공군기지 검사실을 방문해 조사를 할 예정이다.

실무단은 이곳에서 기술적인 공동조사 및 평가를 처음으로 실시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관련 규정 안전사항, 절차 등 재발방지 대책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외교부는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27일 미국 국방부는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는 탄저균 샘플이 실수로 주한미군 오산기지와 미국 내 민간 연구소에 보내졌으며 절차에 따라 폐기됐다고 밝혔다.

해당 샘플은 당초 6월5일 시행될 예정이었던 주피터 프로그램(북한의 생화학 무기 공격에 대한 방어 목적으로 시행되는 실험)을 위해 보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샘플에 노출된 미측 인원 22명은 즉각 격리됐으나 검사 결과 감염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