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하태경·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국가정보원을 항의 방문해 박지원 국정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박 원장이 최근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고발사주' 의혹 배후로 꼽히고 있는 데다, 윤 전 총장을 향해 '잠자는 호랑이 꼬리 밟지 마라'고 한 발언이 국정원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란 것이 국민의힘 주장이다.

정보위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하 의원과 조 의원은 이날 국정원을 찾아 기조실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성명서를 전달했다. 박 원장은 부재중이었다. 성명서에는 두 사람 외에도 김기현 원내대표와 신원식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성명서에서 이들은 "박 원장의 이성을 상실한 정치 공갈협박 발언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도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한 박 원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압박했다. 이들은 "최근 박 원장 발언을 보면 이성을 상실한 수준이다. 민주화 이후 국정원 역사상 대놓고 정치 개입 발언하는 초유의 사건"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사건에 휘말리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의 계절이 왔다고 해서 대통령과 청와대를 유불리에 따라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있지만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윤 전 총장의 고발사주 스캔들을 해결하는 데 청와대도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반박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검찰청의 '윤석열 장모 사건 대응 문건 작성' 논란을 두고 '검찰판 하나회'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반면 윤 전 총장 측은 "문건을 보고받지도, 알지도 못한다"고 반박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에서 "윤석열 감독, 검찰과 국민의힘 공동 주연인 고발사주·국기문란 사건의 퍼즐이 하나둘 맞춰지고 있다"며 "검찰권의 완전한 사유화, 검찰 조직의 완벽한, 하나회 같은 충격적인 실체가 고스란히 확인된 꼴"이라고 말했다. 전날 한 언론은 지난해 3월 대검이 윤 전 총장 장모가 연루된 각종 의혹에 대한 대응 문건을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4일 윤 전 총장의 고발사주 의혹 관련 사건을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최창민)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황희석 최고위원이 윤 전 총장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대검 감찰부에 파견됐던 대검 반부패부·공공수사부 소속 연구관 2명도 중앙지검 수사팀에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