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저항하고 있는 민족저항전선(NRF)이 미군 철수에도 불구하고 탈레반과 격렬하게 싸우고 있다. 탈레반은 저항군이 주둔한 판지시르 협곡을 포위한 채 평화 협상을 제안했다.

인도 매체 인디아 타임스에 따르면 NRF 산하 민병대 ‘북부동맹’은 1일까지 연이어 트위터를 통해 판지시르 협곡의 전투 상황을 알렸다. 북부동맹은 미군이 철수를 완료한 8월 30일 밤에 협곡 북부의 카박 지역으로 침입하던 탈레반군을 매복으로 공격해 최소 41명을 사살하고 20명을 나포했으며 NRF 인명피해는 2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북부동맹은 1일 트윗에서 카박 전투가 8월 31일 밤까지 이어졌다며 이틀 동안 탈레반에게 350명의 사상자가 생겼고 40명이 NRF에 붙잡혔다고 알렸다. 이어 NRF가 탈레반이 쓰던 많은 미군 차량과 무기를 접수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전과는 탈레반이나 다른 매체에 의해 입증되지 않았다. 다만 과거 아프간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내다 NRF에 합류한 비스밀라 모함마디는 8월 31일자 트윗에다 전날 탈레반이 판지시르를 공격해 7명의 사망자를 내고 도망쳤다고 밝혔다. 파힘 다쉬티 NRF 대변인 역시 같은날 탈레반이 저항군 거점을 공격했으나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아프간 민영방송인 톨로TV의 뉴스 앵커인 무슬림 시르자드는 1일 자신의 트위터에다 탈레반이 판지시르 협곡 입구를 컨테이너로 막아 포위했으며 굴바하르 지역을 통해 협곡에 진입하려 했지만 저항군과 교전중이라고 썼다. 또다른 현지 매체 아스바카 통신은 1일 트위터를 통해 탈레반이 판지시르주 북부와 인근 파르완주, 바글란주 일부 지역에서 NRF와 교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아스바카 통신은 8월 31일 오후 11시 기준으로 사망자가 400명에 이른다는 소식이 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판지시르는 카불 북동쪽으로 65km 떨어진 곳이며 지역 이름은 페르시아어로 ‘다섯 사자(Lions)’라는 뜻이다. 아프간에서 가장 작은 주(州)인 동시에 높은 계곡에 둘러싸인 천혜의 요새다. 과거 소련은 소련·아프간 전쟁 당시 판지시르에 진입하려다 막대한 인명피해를 입었다. 탈레반에 반대하는 지방 군벌과 아프간 정부군 잔존 세력은 8월 15일 아프간 카불 함락 직후 아흐마드 마수드(32)를 따르기 위해 판지시르주로 모였다. 마수드는 아프간 공화국의 국부이자 전쟁 영웅으로 불리는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이다. 아프간 정부의 2인자였던 암룰라 살레 제1부통령과 모함마디 역시 판지시르로 집결해 NRF를 결성했다. 마수드는 탈레반이 반대 세력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정부를 세운다면 협력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으나 탈레반은 미군이 철수한 8월 30일 직후 판지시르를 포위하고 공격을 개시했다.

1일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탈레반 고위 지도자 모울비 아미르 칸 무타키는 이날 탈레반 트위터를 통해 NRF와 평화적 협상을 제안했다. 그는 “판지시르도 아프간의 일부이며 평화를 누릴 자격이 있다. (탈레반이 세운) 이슬람 에미레이트는 전국적인 사면령을 내렸고 누구도 싸울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전쟁은 충분하며 싸움을 멈추고 평화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마수드는 미 외교 매체 포린폴리시와 인터뷰에서 “NRF는 외국으로부터 아무런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탈레반이 모든 이와 권력을 나누고 정의 실현과 함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한다면 투쟁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항복하고 아프간에 불의와 불평등을 방치하는 것은 평화가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