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교수들이 서양음식점으로 위장한 유흥업소에서 법인카드로 수천만원을 사용해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적발됐다. 최근 3년간 체육특기자 전형에서는 모집요강과 달리 추가모집을 하는 등 부당한 방법으로 합격자를 선발했으며, 대학 측에 신고하지 않은 채 자녀에게 자신의 강의를 수강하게 한 교수도 무더기 적발됐다.

교육부는 24일 고려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과 고려대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 총 38건의 지적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고려대가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은 것은 개교 이래 처음이다.

고려대 교수 13명은 서양음식점으로 위장한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서 1인당 최대 86차례에 걸쳐 6693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이 중 2625만원은 연구비와 행정용 법인카드를 2~4회 번갈아가며 총 91회에 걸쳐 분할결제했다. 교육부는 11명에 대해서는 중징계 조치하고 2명은 경고했다. 사용한 금액은 전액 회수하기로 했다.

체대 입시과정에서도 석연찮은 점들이 발견됐다. 고려대는 2018~2020학년도 럭비 등 5개 종목의 1차 서류평가에서 3배수 내외를 선발하겠다고 모집요강에 밝혀놓고, 실제로는 4배수를 선발했다. 그 바람에 42명이 추가로 통과됐고, 이 중 5명은 최종합격했다. 그러나 3배수 내외에 해당하는 수험생은 불합격했다. 교육부는 교수들이 애초에 뽑으려는 수험생이 3배수에 들지 못하자 의도적으로 인원을 확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자 6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대학원 입학전형에서는 일반대학원 26개 학과의 서류평가 및 구술시험 전형 위원별 평점표를 보관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관련 법에 따르면 입학전형 업무의 공정성을 위해 대학원 입시 서류는 4~5년간 의무적으로 보존해야 한다.

교수가 자신의 자녀를 가르치고 성적을 평가하는 일도 버젓이 벌어졌다. 교육부는 2018년 자녀가 수강하는 강의를 담당한 교수는 반드시 대학 본부에 사전 신고하고 성적산출 근거를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고려대는 지난해 1월 자체조사 결과를 교육부에 제출하면서 교수·자녀 간 수강 사례 8건을 조사대상에서 누락했다. 누락된 8명은 부모인 교수로부터 1인당 1∼3개씩 총 13개 과목을 수강했고 대부분 A학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제 식구 감싸기 행태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고려대 교수 43명은 전임교원 신규 채용 시 자신이 석·박사 학위과정을 지도했던 지원자의 채용심사 업무를 봤다. 사실상 자신의 제자들을 우선선발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는 “부적절한 행정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만, 체육특기자 특별전형 4배수 선발은 동점자와 반올림에 의한 사례이고 대학원 입학전형 평점표 일부 미보관 건은 규정 및 안내 미비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