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서른 번째 재판을 받던 중 쓰러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재판 일정을 미뤄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정 교수의 변호인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에 공판기일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 정 교수가 당분간 치료가 필요해 공판에 출석하기 쉽지 않다며 기일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의 재판은 한 차례 남은 증인신문을 마지막으로 모든 증인신문 절차가 끝날 예정이었다. 오는 24일에는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한 동양대 교수와 간호학과 조교, KIST 연구원, 동양대 영재프로그램 수강생 등 4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된 상태다.

증인신문 절차가 끝나면 다음달 8일과 15일 검찰과 변호인의 서증조사를 진행하고, 29일 재판을 마지막으로 이르면 11월 내에 선고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 교수 측의 재판 연기 신청으로 재판 일정이 변동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정 교수는 지난 17일 재판 도중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며 퇴정을 허락받고 일어나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정 교수는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변호인은 "뇌신경계 문제로 정기적인 치료를 받아왔던 병원에 입원해 검사를 받고, 현재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21일 정 교수 측이 반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지난 17일 재판에서는 피고인 신문 진행 여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양측이 대립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피고인만 알 수 있는 사실이 많아 객관적,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피고인 신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 교수 측은 "피고인이 이 사건 쟁점과 관련해 일관되게 솔직한 진술을 해왔다"며 변호인 조력을 받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가 "검찰이 동의한다면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지 않겠다"며 검찰과 변호인에 충분한 변론 시간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실체적 진실 발견의 필요성이나 피고인 부부가 그동안 보여온 입장 등에 비춰 피고인 신문 진행이 필요하다는 게 검찰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은 "재판부가 절차의 효율을 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소송지휘를 하면, 그에 맞춰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