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확정된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독립 방침은 LG의 오랜 꿈이었다. 이번 분사는 1995년 리튬이온전지 개발로 배터리 사업을 시작한 지 25년 만이다. 세계 1위로 부상한 자동차 배터리 부문에 집중하고,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한 ‘실탄’ 확보 차원으로 읽힌다.

LG화학은 17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전지사업부 분사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오는 10월30일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12월1일부터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번 분할은 LG화학이 분할되는 배터리 신설법인의 발행주식총수를 소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으로 LG화학이 비상장 신설법인 지분 100%를 가지게 된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분사설은 수년 전부터 거론됐다. LG화학은 그간 말을 아끼면서도 내부적으로 꾸준히 검토해왔다. 그러나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좀처럼 흑자가 나지 않으면서 결정을 미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지난 2분기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에서 사상 최대 영업이익(1555억원)을 달성하며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와중에 자동차 배터리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수주 확대로 구조적인 이익 창출 기반이 마련돼 사업에서 확신을 갖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각국 자동차 배터리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사업 영역 확장도 자극제가 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또 올 상반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인지도가 올라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LG화학은 “배터리 산업의 급속한 성장 및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구조적 이익 창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현재 시점이 회사분할의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전문 사업분야에 집중할 수 있고, 경영 효율성도 한층 증대돼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분사를 결정한 배경에는 상장을 통한 투자자금 확보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물론 중국 CATL과 일본 파나소닉 등 경쟁사들이 날로 영역을 넓혀가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투자로 공장 신·증설은 물론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시장 선점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LG화학은 현재 연간 3조원 이상의 시설 투자를 하고 있지만 150조원의 수주잔액을 비롯한 추가적인 수주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자금을 적기에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다.

LG화학은 신설법인의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확정된 부분은 없다고 밝혔으나 내년 중에는 상장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LG화학은 신설법인의 올해 예상 매출액을 13조원 정도로 예상했다. 2024년까지 매출을 30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아울러 배터리 소재, 셀, 팩 제조·판매뿐 아니라 배터리 케어·리스·충전·재사용 등 배터리 생애 전반에 걸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도 개발하는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LG화학 배터리 부문 분사에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인 것을 두고 일부 투자자들은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배터리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주주가 됐는데, 일방적으로 배터리사업 분할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LG화학의 주가도 이틀째 떨어지며 ‘개인 투자자 피해를 막아달라’는 국민 청원도 등장했다. 물적분할은 모회사에서 사업 부문을 떼어내 모회사가 100% 지분을 소유하는 방식이다. LG화학은 “신설하는 배터리 전문 법인의 성장에 따른 기업가치 증대가 모회사의 기업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연구개발 협력을 비롯해 양극재 등의 전지 재료 사업과의 연관성 등 양사 간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장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의 물적분할 방식의 분사가 장기적으로는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