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신임 일본 총리는 16일 우익 중용, 아베 보은, 파벌 배분을 핵심으로 하는 내각 인사를 단행했다. 스가 총리는 핵심 요직인 관방장관(납치문제담당상 겸임)에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을, 방위상에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친동생 기시 노부오 전 외무부상을 임명했다.

스가 신내각은 마치 아베 내각 시즌2를 보는 듯하다. 아베 내각보다 1명 증가한 각료의 상당수가 아베 전 총리 인물로 채워졌다.

일단 각료 20명 중 아베 전 총리의 맹우 중 맹우로 꼽히는 아소 다로 부총리를 비롯해 모테키 도시미쓰 외무상,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 등 8명은 유임됐다. 또 가토 장관과 행정개혁상에 임명된 고노 다로 전 방위상 등 3명은 보직을 바꿔 새 내각에 기용됐다. 각료 11명이 직전 아베 내각에 이어 속투하는 것이다.

새로 입각한 9명(최초 입각 5+재입각 4명) 중 가미카와 요코 법무상, 히라이 다쿠야 디지털담당상 등 4명은 2012년 12월 출범한 아베 내각에서 같은 직책을 맡은 경험이 있다. 스가 총리를 포함해 내각 구성원 21명 중16명(총리+유임 8+보직변경 3+재입각 4명)이 직전 아베 내각의 인물인 셈이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아베 전 총리의 최측근인 가토 장관과 친동생 기시 방위상이다. 관방장관은 총리, 외교·방위상과 함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4대신회의 멤버이자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내각 넘버2 자리여서 최대 주목을 받았다. 아베 전 총리와 가토 장관은 대를 이어 정치적 우호 관계다. 가토 장관의 장인 가토 무쓰키 전 농림수산상은 1980년대 아베 전 총리의 부친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이 총리 후보로 거론될 때 아베파 사천왕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강제동원 문제를 왜곡 선전하는 산업유산정보센터의 가토 고코 센터장이 처형이다.

기시 방위상은 외조부인 태평양전쟁 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집안에 양자로 들어가 외가의 성을 따른다. 일본회의, 신도정치연맹(신정련), 다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과 같은 우익 3단체에 모두 가입해 해마다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등 형처럼 외조부의 길을 따르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내각에 포진한 친아베 성향 각료와 소속 제1파벌의 힘을 바탕으로 막후에서 상왕 역할을 할 전망이다. 7년8개월 만에 권좌에서 내려온 아베 전 총리는 이날 “의원의 한 사람으로 스가 정권을 지탱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으로 총리에서 물러났으나, 의원직은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했다.

첫 내각 인사에서 스가 총리가 평소 주장하던 파벌 타파나 세습 철폐는 허언이었음이 드러났다. 오히려 파벌 정치가 강화되면서 스가 내각은 각 파벌의 치열한 영역 다툼 아래에 놓이게 됐다.

각료직과 당직은 스가 총리 지지를 선언했던 파벌을 중심으로 나눠 가졌다. 1∼7위 파벌 순서대로 각 5, 3, 2, 2, 2, 1, 1자리를 분배했다. 15일 이뤄진 당 4역(간사장, 총무회장, 정조회장, 선거대책위원장) 인사에서도 4대 파벌이 한 자리씩 나눴다.

각료 20명 중 11명은 세습 정치인이다. 전직 총리 자손도 아소 부총리(외조부 요시다 시게루), 기시 방위상(외조부 기시 전 총리), 고이즈미 환경상(부 고이즈미 준이치로) 3명이나 된다. 여성 각료는 직전 3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 관심을 모았던 민간의 입각은 이뤄지지 않았다.

스가 총리는 이날 오후 1시, 2시에 각각 열린 중의원(하원), 참의원(상원) 총리지명선거에서 압도적 득표로 총리에 선출했다. 중의원에서는 총 투표 수(462표) 중 과반선(232표)을 크게 웃도는 314표를 얻었다. 스가 총리와 같은 자민당 고이즈미 환경상도 1표가 나와 어색한 상황이 됐다. 스가 총리는 참의원에서는 240표 중 142표를 얻었다.

스가 총리는 이어 왕궁에서 나루히토 일왕에게서 총리로 임명돼 신내각이 출범됐다. 오후 9시 기자회견 후 오후 9시50분 첫 각료회의를 주재하며 총리로서의 일정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