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배터리 1·3위 회사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에 배터리 특허를 둘러싼 소송이 국내외에서 다수 진행 중인 가운데 국내에서 내려진 첫 판결에서 LG화학이 승소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양사의 소송전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 중인 가장 중요한 소송에서 양사의 합의 시도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7일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소 취하 청구는 각하하고,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전기차 배터리 관련 인력 빼가기와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미국 지방법원과 ITC에 제소한 본소송에서 파생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LG화학이 오히려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지난해 9월 소송을 냈고, LG화학도 특허침해 맞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특허 중 2014년 양사가 국내외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미국 특허가 포함돼 있다”며 소 취하와 손해배상금 10억원을 요구하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두 회사가 합의한 내용에 미국 특허에 대해 제소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SK이노베이션은 법원 판결에 유감을 표하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LG화학은 “이번 판결로 SK이노베이션의 제소가 국면전환을 노린 억지주장이었다는 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ITC에서 진행 중인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ITC는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기술을 빼낸 증거를 인멸했다며 조기패소 판결을 했고 오는 10월5일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만일 패소가 확정된다면 SK이노베이션은 현재 건설 중인 조지아 공장을 가동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물론 미국 사업이 원천봉쇄될 수도 있다. 양사는 10월 이전 합의를 목표로 협상 중이었지만 합의금 부분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도 “합의는 가능하지만 객관적 근거를 토대로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수준이 제시돼야 한다”며 “SK이노베이션이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법적 절차를 끝까지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양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한국 배터리 산업 발전을 위해서 정부가 개입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