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코로나19 사태로 4개월 여 동안 멈췄던 글로벌 현장경영 행보를 재개했다. 이 부회장은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며 신사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18일 중국 산시성에 있는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과 대책을 논의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글로벌 현장 경영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은 지난 1월 월 삼성전자 브라질 마나우스·캄피나스 공장을 찾아 중남미 사업을 점검한 이후 100여일 만에 이뤄진 글로벌 경영 행보다. 삼성전자 측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중국을 방문한 글로벌 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한중 정부는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한국 기업인을 대상으로 입국 후 14일 의무격리를 면제하는 입국절차 간소화(신속통로)를 이달부터 도입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도 중국에 입국하면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는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 등도 함께했다.

삼성전자 시안 공장은 삼성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로, 코로나19에도 지난 3월 예정했던 시안2공장 투자 출하 기념행사를 하는 등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임직원들과 만나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이번 중국 방문이 코로나19 충격과 미중 갈등 격화 등 불확실한 경영 여건을 뚫고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 자리를 확고히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까지 세계 1위에 오른다는 목표인 '반도체 2030' 비전 달성에 주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코로나19로 멈췄던 해외 현장행보를 재개하는 첫 장소로 시안 반도체 공장을 택한 것 역시 '반도체 2030' 목표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는 차원으로 해석됐다.

한편 이 부회장은 작년 2월에도 중국 시안을 방문해 설 명절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