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 사고는 애당초 공사가 잘못됐기 때문인 것으로 정부가 결론 내렸다. 사고 원인으로 확인된 신호시스템 오류가 시공 과정에서 선로전환기의 정상작동 여부를 표시해주는 신호 케이블(회선)을 잘못 꽂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호시스템이 ‘고장이 났다’는 것은 제대로 알려줬는데, 어느 것이 고장난 것인지는 반대로 알려줬다는 의미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공사를 잘못했고, 유지·보수를 맡고 있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선로전환기 점검을 소홀히 했다는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조사위)의 이동백 단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릉선 청량신호소의 21B호 선로전환기 첨단부가 서울 방향으로 제대로 밀착되지 못하고 벌어진 상태였기에 출발 신호기에 (서울 방향 열차가에 멈추라는) 정지 신호가 표시됐어야 했는데, 반대로 표시돼 탈선 사고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지난 해 12월8일 오전 7시30분 강릉역을 출발한 서울행 KTX 열차는 약 5분 뒤 강릉역 청량신호소 부근에서 탈선했다. 당시 승객 15명과 기관사 1명이 경상, 강릉역 직원 1명이 중상을 입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고는 강릉역을 출발해 서울 방향과 강릉차량기지 방향으로 나뉘는 선로 부근에서 발생했다. 당시 선로전환기의 정상 작동 여부를 보여주는 신호에는 서울 방향이 아닌 강릉차량기지 방향 선로전환기에 이상이 있다고 표시됐다. 이 때문에 서울로 가는 강릉선 KTX는 이상 여부를 파악하지 못하고 계속 달렸고, 사고가 벌어졌다.

조사위가 이처럼 신호가 뒤바뀐 과정을 확인한 결과, 신호를 수집하고 관제센터에 보내는 역할을 하는 청량신호소의 케이블이 반대로 꽂혀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방향과 강릉차량기지의 이상 여부가 반대로 표시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단장은 "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 두 주체 모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철도시설공단이 서울 방향 본선을 시공할 때와 강릉차량기지 방향 공사 때에 신호 케이블 연결 설계가 달랐고, 이를 책임감리원이 배선 방향을 바로잡으라고 설계도를 수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공사 현장에 이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현장 작업자가 이를 반영하지 않고 결국 잘못된 설계대로 선로전환기 케이블을 반대로 연결이 되도록 했다. 게다가 공사 완료 후 철도시설공단이 이 신호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연동검사도 3차례 진행했지만 허술하게 시행해 오류를 못 잡아냈다.

이 상태로 철도시설공단이 코레일에 권한을 넘겼고, 코레일은 유지·보수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청량신호소 점검 주기가 아직 남아 점검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이후 조사위가 조사한 결과 케이블이 거꾸로 꽂힌 것을 확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