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성을 우려하며 도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협상에 유연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북한에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북한은 그러나 “미국은 이번 회의 소집을 계기로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을 했다”며 강력 반발했다.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협상의 ‘연말 시한’을 앞두고 북·미 간 기싸움이 격화하면서 긴장이 날로 고조되는 형국이다.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11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은 향후 수주 내에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위협해왔으며 심각한 도발 재개를 암시하는 발표를 해왔다”며 “이는 실질적으로, 북한이 장거리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우주 발사체나 핵무기로 미 대륙을 공격하기 위해 고안된 ICBM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크래프트 대사는 특히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을 언급하고 “탄도미사일 발사는 사거리와 관계없이 지역 안보와 안정을 훼손하며, 유엔 대북제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문제 삼지 않았던 것과는 다른 반응이다. 그는 “북한의 지속적인 탄도미사일 발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논의했던 공유된 목표에 심각히 반대되는 것”이라며 “미사일 및 핵 실험은 북한에 안보·안정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며, 북한이 추구하는 경제적 기회를 달성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크래프트 대사는 “북한이 우리 모두와 관여하기 위한 대담한 결정을 할 것으로 믿는다”며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 안보리는 응분의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은 그러나 미국 오전 시간에 맞춰 12일 밤 외무성 대변인 명의로 조선중앙통신에 낸 담화를 통해 “(미국 대사의 발언은) 우리로 하여금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명백한 결심을 내리게 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즉각 반격했다.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으며 미국이 선택하는 그 어떤 것에도 상응하는 대응을 해줄 준비가 돼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연말 시한’ 이후 상황과 관련해 수차례 예고한 ‘새로운 길’을 가겠다며 다시 한 번 압박한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이 대조선 압박 분위기를 고취한 데 대해 절대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연 뒤 보도자료를 통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조기에 재개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실질적 진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주변국들과의 협력을 계속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