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전보다 0.4% 감소하며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감이 더욱 커졌다. 정부는 ‘일시적 저물가’라는 입장이다. 한국은행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이후 1%대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20(2015년=100)으로 1년 전보다 0.4% 떨어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낮아진 것은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0.038% 하락해 ‘사실상 마이너스’를 보였지만, 소수점 한 자릿수까지만 따지는 공식 상승률은 0.0%로 보합을 기록했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지난달이 사실상 마이너스라고 하지만 물가상승률은 비교 가능성, 오차를 고려해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보는 것이 매뉴얼”이라며 “(이번이) 최초의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이라고 말했다.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은 1월 0.8%를 기록한 이후 줄곧 0%대를 기록하다가 이번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물가상승률이 이처럼 장기간 1%를 밑돈 것은 2015년 2∼11월(10개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고교 무상교육 확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정부 정책이 물가상승률 추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또 폭염의 영향이 이어졌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기상이 양호해 농·축·수산물 생산량이 늘었고 가격은 내려갔다.

품목성질별로는 농·축·수산물 가격이 1년 전보다 8.2%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0.70%포인트 끌어내렸다. 채소류가 21.3% 떨어지는 등 농산물 가격이 13.8% 하락했고, 축산물도 0.7% 내렸다.

정부는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상황이지만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일시적·정책적 요인을 제외하면 물가상승률이 0.9% 수준이라며 연말부터는 기저효과 등이 완화해 0% 중·후반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최근 소비자물가 상황 점검’ 자료에서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공급 측면의 기저효과가 10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다가 11월 이후부터 점차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년 이후 1%대로 높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