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가 허가 취소라는 철퇴를 맞은 것은 제조사인 코오롱생명과학과 개발사인 미국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 내 무허가 세포 혼입 사실을 알고도 감췄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허가받은 의약품이 중대한 질병을 초래하는 것으로 밝혀졌거나 허가 당시 제출 자료에서 고의로 은폐한 부분이 확인되면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 식약처는 '고의 은폐'를 이유로 들어 인보사 허가를 취소했다.

인보사 사태는 신약 허가 당시(2017년 7월 12일) 제출된 자료 속 성분과 실제로 들어가 있는 성분이 다르다는 게 밝혀지면서 시작됐다. 인보사 주성분인 연골세포(1액)와 연골세포를 활성화하는 유전자조작 형질전환세포(2액) 가운데 2액이 연골세포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았는데 신장세포로 최종 확인됐다. 이 때문에 무허가 세포가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고 쟁점은 인보사 성분세포가 바뀐 것이 고의냐, 아니면 단순한 실수인가였다.

일단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 국내 연구소 현장을 조사한 결과,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 가운데 '2액이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코오롱이 허위로 작성·제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2액이 1액과 같은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려면 1액과 2액의 단백질 발현 양상을 비교·분석해야 하는데 식약처 조사 결과, 코오롱은 1액과 2액을 따로 분리해 조사하지 않고 1·2액 혼합액과 2액을 비교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조사가 조사 결과를 호도하려는 의도가 개입됐다는 게 식약처 판단이다. 특히 식약처가 2액의 최초 세포를 분석한 결과 신장세포에서만 발견되는 특이 유전자인 '개그(gag)'와 '폴(pol)'이 검출됐다.

식약처는 "이 같은 결과는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당시 신장세포가 아니라는 증거로 제출한 자료가 허위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또 식약처는 코오롱이 인보사 신약 허가를 받기 전에 인보사 성분세포와 관련된 주요 사실도 숨긴 것으로 보고 있다. 식약처가 미국 코오롱티슈진을 현지 실사한 결과, 코오롱생명과학은 신약 허가를 신청하기 전에 2액에 삽입된 유전자 개수와 위치가 변동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긴 채 관련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보사 같은 유전자치료제의 경우 세포에 삽입되는 유전자 개수와 위치는 의약품 품질 일관성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허가 과정에서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코오롱이 고의적으로 인보사 성분 변경을 숨겼다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은 이달 초 코오롱티슈진이 증권거래소에 밝힌 공시다. 공시에 따르면 코오롱티슈진이 미국 임상용으로 쓰기 위해 인보사 생산을 맡긴 위탁생산업체가 인보사 성분을 검사한 뒤 2017년 3월에 티슈진 측에 인보사 2액이 신장유래세포라는 점을 통보했다. 인보사 신약 허가가 2017년 7월에 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허가 넉 달 전에 코오롱생명과학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이 이미 인보사 성분 변경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고의로 은폐한 셈이다.

28일 인보사 허가 취소를 발표한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위탁생산업체의) 검사 결과를 인보사 허가 다음날인 2017년 7월 13일 코오롱티슈진에서 이메일로 받았다는 사실이 미국 현지 실사 결과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국장은 "2017년 3월부터 넉 달간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이 무허가 세포 혼입 사실을 서로 공유하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생명과학 또한 허가 전에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설령 코오롱생명과학 측이 허가 하루 뒤 코오롱티슈진 이메일을 받고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있는 점을 즉각 식약처에 알렸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코오롱 측이 성분 변경 사태가 발생한 이유를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한 점도 지적했다. 강 국장은 "코오롱은 2액의 유전자 지문 분석 결과와 단백질 발현 분석 결과 등 허가 당시 2액을 연골세포로 판단했던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내지 못했다"며 "2액이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에 대해서도 역시 과학적 설명 자료를 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보사는 즉각 시장에서 퇴출되지만 약사법상 허가 취소된 의약품은 1년간 재허가 신청이 불허될 뿐, 그 이후엔 처음부터 모든 임상시험을 다시 진행할 경우 새로운 품목으로 허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강 국장은 "면밀히 검토해야 할 사안인 만큼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해 인보사 품목 변경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허가 취소 결정을 내렸지만 식약처는 인보사 부작용 가능성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종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환자들을 불안하게 만든 인보사 2액에 대한 세포사멸 시험을 실시한 결과 2액은 일단 투여되면 44일 후에는 더 이상 생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식약처는 "임상시험 대상자에 대한 장기 추적 관찰 결과, 인보사로 인한 중대한 부작용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해도 인보사의 자잘한 부작용까지 없다는 건 아니다. 현재 인보사 투여 후 다리 부종 등에 시달리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식약처도 "과학적으로는 그 어떤 것도 100%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환자들에 대한 관찰 조사가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식약처는 전체 인보사 투여 환자(438개 병·의원 3707건)를 특별 관리대상으로 지정하고 이들에 대한 15년 장기 추적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코오롱 측에도 모든 투여 환자에 대해 병·의원을 방문해 문진을 실시하게 하고 혈액과 관절강에서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지 조사하도록 했다. 또 식약처는 약물역학 조사 시스템에 등록된 인보사 투여 환자를 대상으로 이들의 병력과 이상 사례 등을 별도로 조사·분석할 계획이다.